목회자인 아버지의 헌신으로 초등학교 6학년까지 부산 한센병 환자촌에서 살았다. 초등학교 졸업을 앞둔 1969년 12월 미국 선교사의 도움으로 온 가족이 미국 필라델피아로 가게 됐다. 학창 시절 건축공학에 관심이 많아 일찌감치 진로를 확정, 펜실베이니아대학 건축과에 입학했다.
대학 졸업 후 주차빌딩 건축설계 회사인 워커사에 들어갔다. 29세에 부사장 자리에 오를 만큼 승승장구했다. 아내와 두 딸을 둔 나는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었다. 목표는 오로지 크게 성공하는 것이었다. 남들에게 인정받고 높은 자리를 차지해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그런데 행복은 영원하지 않았다. 1991년 10월, 고속도로를 질주하다가 그만 의식을 잃었는데 눈을 뜨니 병원 응급실이었다. 심실빈맥. 심장이 불시에 빠른 속도로 계속 뛰어 숨을 거둘 수도 있는 무서운 병에 걸렸다. 건강에 대해 자타가 공인할 정도로 자신했던 내가, 33세의 젊은 나이에 생사를 오가는 지경에 빠지고 말았다.
나는 2년간 생명을 위협하는 절박한 위기의 순간들을 필사적으로 넘기면서, 오로지 살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었다. 그 말씀 속에서 하나님을 만났고 하나님의 사람으로 거듭났다. 심장이식 수술을 마치고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잠언 31장(P31)에서 얻은 지혜로 하나님의 기업 ‘팀하스(Timhaahs)’를 창립했다.
‘우리는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존재한다’는 사훈을 내걸었다. 성경말씀 잠언에서 뽑은 주옥같은 원리들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서다. 우리 회사는 절대다수의 미국적 비즈니스 풍토를 거슬러, 성경적 믿음과 가치에 뿌리를 두면서도 업계를 선도하는 놀라운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나님의 치유와 구속을 경험한 후 나는 하나님과 이웃을 향해 헌신하게 됐다.
수많은 사람이 의미 있고 비전적인 삶을 살기 원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매우 소수의 사람만이 그런 특권을 누린다. 팀하스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탁월함을 추구하는 회사이다. 고객과 직원을 최고의 존중과 존경으로 대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은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할 뿐 아니라 상대의 일까지도 좋아한다. 여기에는 큰 차이가 있다. 스스로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신만 섬길 뿐이지만, 이타심으로 그 일을 하면 남까지 섬기게 된다. 그게 우리가 주어진 일 이상으로 섬기는 이유다.
팀하스는 언스트앤영 최우수 건설 기업가상, 필라델피아 올해의 엔지니어상 등을 수상한 미국 유수의 기업으로 성장했다.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이한 팀하스는 미국 젊은이들이 가장 일하고 싶어 하는 회사 중 하나로, 비즈니스 현장에서 하나님의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나의 이야기(국민일보 2015년 7월 25일자 17면 참조)는 3년 전에 KBS TV ‘글로벌 성공시대’에 방영된 바 있다.
병신년(丙申年) 새해를 맞아 국민일보를 통해 나의 삶과 신앙 이야기를 전할 귀한 선물을 받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나는 이 코너를 통해 믿음의 기업이 잠언 31장으로 어떻게 비즈니스를 실천해 왔는지 선명하게 보여 주고 싶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한국의 대학생과 청년들, 그리고 지금 이 시간에도 비즈니스 현장에서 수고를 아끼지 않는 크리스천 CEO와 직장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기도한다.
정리=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역경의 열매] 하형록 <2> 서른셋에 얻은 ‘치명적 질병’… 살고자 매달린 말씀
입력 2016-01-04 18: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