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렬한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던 모로즈(대한항공)가 새해 들어 순한 양이 됐다. 득점을 해도 동료들과 함께 기쁨을 나눴을 뿐 상대를 자극하는 긴 세리머니는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5-2016 프로배구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경기에서 모로즈는 한층 얌전해진 모습으로 앞선 경기와 전혀 다른 선수가 돼 있었다. 산체스의 대체용병으로 지난달 13일 데뷔전을 치른 그는 개성 있는 세리머니로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지나친 세리머니 탓에 주심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지난달 31일 한국전력과의 경기에서 김종민 감독이 주심에게 경고를 받자 모로즈는 옷 안에 손을 넣은 채 주심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해 경기 후 감 감독에게 단단히 혼이 났다. 모로즈는 평소와 달리 주눅 든 모습으로 이날 경기에 임했지만 대한항공의 승리를 의심하는 팬들은 거의 없었다. 삼성화재는 주포 그로저가 독일 대표팀 올림픽 예선전 참가 차 빠진 탓이었다.
초반 흐름은 그로저의 라이트 빈자리를 메우지 못한 삼성화재가 1, 2세트 모두 21-15로 내주며 완패 분위기였다. 2세트까지 대한항공은 삼성화재(5개)의 3배가 넘는 18개의 범실을 범하고도 공격력의 우위를 앞세워 승리했다. 2세트까지 삼성화재는 센터 이선규가 8점으로 최다득점을 기록할 만큼 극심한 공격력 빈곤을 보였다.
하지만 3세트부터 삼성화재는 라이트 김명진(21점)이 되살아나며 3대 2 대역전극을 펼쳤다. 2세트에서 제외됐던 김명진은 수모를 만회하기라도 하듯 직선 방향 대신 대각선 방향으로 확률 높은 공격을 퍼부었다. 3세트를 25-15, 4세트를 25-22로 가져온 삼성화재는 5세트에서 세터 유광우의 허를 찌르는 볼 배급으로 승기를 잡았다. 삼성화재는 부진하던 센터 지태환이 잇단 속공과 블로킹을 성공시키며 11-6까지 달아났고 매치포인트에서는 최귀엽의 시간차 공격으로 기나긴 승부를 마감했다.
그로저가 없는 3경기에서 1승을 목표로 했던 삼성화재는 14승7패 승점 38로 3위를 지켰고, 프로배구 역대 최다 타이인 42개의 범실로 자멸한 2위 대한항공은 14승7패 승점 42로 6연승을 마감했다.
서완석 체육전문기자 wssuh@kmib.co.kr
[프로배구] 삼성화재 뒷심에 대한항공 불시착… 2세트 먼저 내주고 대역전극
입력 2016-01-03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