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약속한 실업급여 인상 방안이 불발될 위기다. 실업급여 개편안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비정규직법 등과 함께 ‘노동 5법’에 묶여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 실업급여 상한액과 하한액이 같아지는 등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법 통과를 압박하고 있다. 기업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규정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 등도 국회 처리가 불발되면서 ‘구조조정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새해 실업급여 상·하한액 같아져=고용노동부는 3일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해 새해 적용되는 실업급여 수급액 상·하한액이 일당 4만3416원으로 같아졌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실업급여 보장 수준을 확대하면서 실업급여 수급 상한액을 현행 4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높이고 하한액은 현행 최저임금의 90% 수준에서 80% 수준으로 낮추는 실업급여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중 실업급여 보장 수준 확대와 하한액 기준 변경은 법 개정이 필요해 당정은 의원입법으로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문제는 당정이 개정안을 비정규직법안 등과 함께 노동 5법으로 패키지 통과를 시도하다보니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점이다. 실업급여 상한액 조정은 정부 시행령 개정만으로 가능하지만 하한액을 낮추지 않은 채 상한만 높일 수 없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런 탓에 올해 실업급여 하한액은 현행법대로 최저임금의 90%가 적용된 4만3416원으로 현행 상한액(4만3000원)을 역전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오는 8일 임시국회 회기 내 법이 통과되면 실제 실업급여가 지급되기 전 문제를 해소해 혼란을 방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노동계 관계자는 “고용보험법 개정안을 갈등이 심한 다른 법과 연계해 놓고 압박하는 정부 태도가 더 문제”라고 반박했다.
◇기촉법 효력 상실, 금리 공백기 악용 우려도=워크아웃을 규정한 기업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과 대부업법상 최고금리 한도 규제도 개정안이 처리되지 않아 1일부로 효력을 상실했다. 따라서 당분간 기업 구조조정 공백이 불가피하며, 일부 악덕 대부업자가 금리 상한이 없는 상황을 악용할 우려도 있다. 금융위원회는 입법 공백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상황대응팀을 구성하고 매주 시장 상황을 점검키로 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달 행정지도로 기존 최고금리(34.9%)를 초과하는 이자 수취를 자제하도록 지도한 데 이어 6일 이행 상황 점검회의를 열 예정이다. 기촉법 실효에 대응해선 채권금융기관 자율의 ‘기업 구조조정 운영협약’을 한시적으로 제정해 이를 근거로 구조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금융회사 대부분이 참여하는 자율협약을 이달 말까지 마련하는 게 목표지만 자율협약에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한계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국은 지난해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의 워크아웃 신청을 유도했지만 3개사는 연말까지 신청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이들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우려된다.조민영 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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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국회… ‘민생’ 벌써 후유증
입력 2016-01-03 2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