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에 방사한 반달가슴곰 가족의 ‘손주 곰’으로 유력하게 추정되는 새끼가 발견됐다. 반달곰 복원사업 11년 만에 러시아·중국·북한에서 들여온 ‘1세대’, 그들이 지리산에서 낳은 ‘2세대’에 이어 2세대가 야생에서 출산한 ‘3세대’ 반달곰이 등장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사라졌던 반달곰이 지리산에 안착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주목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지난해 9월 지리산국립공원에서 포획한 반달곰 1마리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종전에 발견되지 않은 개체로 확인됐다고 3일 밝혔다. 이 반달곰은 체중 60㎏의 3년생(2013년 출생 추정) 수컷이다.
유전자 분석에서 아빠 곰은 2005년 방사된 러시아산 반달곰(RM-19)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엄마 곰은 공단이 방사하며 저장해둔 반달곰 유전자 데이터베이스(DB)에서 일치하는 유전자가 없었다. 공단이 방사한 1세대 반달곰이 낳은 게 아니라는 얘기다.
엄마 곰은 지리산에 방사된 곰들이 야생에서 스스로 교배해 낳은 2세대일 가능성이 높다. 토종 야생 곰이나 인근 사육 곰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곰은 종이 달라 반달곰을 낳을 수 없다.
국립공원공단 측은 이번에 발견된 새끼가 ‘야생에서 태어난 암컷 반달곰이 야생에서 낳은 손주 곰’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방사한 수입 반달곰→야생 출생 2세대→야생 출생 3세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그동안 방사한 곰들이 낳은 2세대는 다수 발견됐지만 손주 세대는 없었다. 공단은 올 상반기 엄마 곰의 유전자 분석 작업을 완료할 계획이다.
반달곰은 일제 강점기 ‘해수구제(害獸驅除·해로운 짐승을 없앤다)’ 사업으로 대량 학살당해 개체 수가 급감했다. 이후 6·25전쟁과 급속한 산업화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우리나라에선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1983년 5월 22일 설악산 마등령에서 사냥꾼에 희생된 기록이 반달곰의 마지막 기록이다.
이번에 발견된 새끼까지 포함해 지리산 야생에서 서식하는 반달곰은 모두 39마리가 됐다. 국립공원공단은 설악산과 오대산에서도 반달곰 복원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올해 서식지 적합성 평가를 마치면 내년부터 반달곰들을 야생에 풀어놓을 예정이다.
국립공원공단 종복원기술원 김정진 복원기술팀장은 “2004년 지리산에 반달곰 방사가 이뤄진 뒤 10여년 만에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것이 확인됐다”며 “축적된 관리기법을 활용해 핵심 생태 축인 백두대간을 따라 설악산 등 북부권까지 반달곰 복원사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지리산 반달가슴곰 ‘손자’ 봤네
입력 2016-01-03 21: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