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다문화학생 갈수록 늘어나는데… 교단 내쫓긴 다문화언어 강사들

입력 2016-01-04 04:00
다문화 언어강사 10여명이 지난달 30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교육청 앞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제공

“다문화가정 학생이 자신감을 되찾고 씩씩하게 행동할 때면 강사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죠.” 중국 지린성 출신 결혼이민자 박옥순(44·여)씨는 다문화언어강사였다. 2012년 9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경기도 의정부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한국어가 서툰 다문화 아이들에게 중국어로 한국어를 가르쳤다. 중국어를 배우려는 학생과 학부모를 위해 방과후 수업도 했다. 다문화가정 학부모에게 발송할 가정통신문을 중국어로 작성하는 것도 그의 일이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다문화가정 학생에게 맞춤형 언어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현재 460명이 전국 초등학교에서 일한다. 교사를 꿈꾸던 박씨는 2012년 경인교대에서 ‘다문화강사 양성과정’을 수료하고 채용됐다. 그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도울 수 있어서, 결혼이민자로서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어서 뿌듯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그는 교단에 서지 않는다. 아니, 서지 못한다. 2014년 12월 경기교육청은 다문화언어강사 129명 전원에게 기존의 주 40시간 전일제 계약을 해지하고 주 15시간 미만 시간제 근무로 전환하겠다고 통보했다. 월 150만원 급여를 받고 2년6개월∼4년6개월을 일해 온 강사들은 무기계약자에 대한 부당한 집단해고라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교육청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갔고 한 달간 노숙 농성도 벌였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내기도 했다.

지난해 7월 경기지노위는 구제신청을 기각했다. 다문화언어강사는 ‘사회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를 위해 채용된 일자리’여서 기간제법의 무기계약 예외사유에 해당한다는 판단이었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중노위는 지난해 11월 ‘근로계약의 갱신기대권이 인정된다’며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받아들이는 인용 판정을 내렸다.

그러자 경기교육청은 이에 불복해 지난달 18일 행정소송을 냈다. 일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법적 공방이 2년째로 접어들게 됐다. 새해를 앞둔 지난달 30일 다문화언어강사 10여명은 경기교육청 앞에 모여 다시 소리를 높였다.

2015년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다문화학생 6만162명이 전국의 초등학교에 재학 중이다. 이 가운데 1만4120명이 경기도의 초등학교를 다닌다. 경기도 다문화학생은 2013년 8986명, 2014년 1만1617명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반면 다문화언어강사는 2012년 100명을 넘긴 이후 120명대에 머물고 있다.

다문화학생은 증가하는데 아이들을 도와줄 강사는 적다보니 일선 교육현장에선 다문화학생 지도에 차질을 빚고 있다. 경기도 안산의 한 초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는 “학교에 다문화언어강사 1명이 배치돼 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학생 4명 중 1명은 다문화학생인데 일일이 챙기기가 힘에 부친다”고 했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다문화언어강사가 필요하긴 하지만 업무가 한국어 수업 보조나 방과후 수업 등으로 한정돼 전일제로 활용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