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8세의 어린 나이에 홀로 유럽 무대에 도전장을 내민 무명의 스트라이커 석현준은 2015년 마지막 날 유럽축구연맹(UEFA)으로부터 “포르투갈 리그 비토리아 세투발의 핵심”이란 평가를 받았다. 한때 ‘잊혀진 스트라이커’란 말도 따라 붙었지만 석현준은 조용히 실력을 키웠고 그의 재능은 지금의 소속팀 비토리아에서 꽃을 피웠다. 새해 첫 경기부터 득점포를 가동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이어나갔다.
석현준은 3일(한국시간) 열린 2015-2016 포르투갈 프리메이라리가 스포르팅 브라가와의 경기에서 그림 같은 프리킥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리그 9호 골을 뽑아냈다. 컵 대회까지 포함하면 시즌 11번째 골이다. 석현준은 전반 4분 상대 진영 페널티박스 바깥에서 잡은 프리킥 찬스를 그대로 골로 연결시켰다. 30m 가까이 되는, 조금은 먼 거리였지만 오른발로 강하게 감아 차 상대 골문 왼쪽 구석으로 정확히 꽂아 넣었다. 골키퍼가 몸을 날렸지만 막을 수 없는 위치였다. 이날 골로 리그 득점 단독 3위에 오른 석현준은 그동안 선보인 드리블과 결정력에 더해 멋진 프리킥까지 성공시키며 어느 상황에서도 골을 터뜨릴 수 있는 전천후 공격수로서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줬다. ‘연습생’으로 시작해 오랜 시간을 버티며 얻어낸 값진 결과였다.
지금의 석현준이 있기 까지는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석현준은 2009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첼시로부터 테스트 제의를 받고 유럽 무대에 무작정 뛰어들었다. 테스트를 받게 해주겠다던 감독이 타 구단으로 옮기면서 테스트 기회가 무산되는 등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특유의 악바리 근성으로 마틴 욜 감독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네덜란드 명문 아약스에 연습생으로 입단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주전 경쟁에서 밀리며 이후 5개 팀을 전전했다.
그는 인고의 시간을 거치면서 더욱 단단해졌고 기본기와 몸싸움을 배웠다. 유럽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았다. 최전방 공격수로서 안정적인 볼 키핑과 2선과의 공격 전개 운용의 묘도 터득했다. 원톱 기근에 시달리던 비토리아 레이더에 포착된 이유다.
석현준의 활약이 워낙 좋다보니 최근 들어 여러 팀들이 그의 영입을 준비하고 있다. 포르투갈 명문팀인 스포르팅 리스본과 벤피카는 물론 독일 분데스리가의 마인츠와 호펜하임 등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실제 브르노 데 카르발류 스포르팅 단장은 “석현준을 놓고 벤피카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포르투갈 언론 또한 “석현준의 몸값(이적료)이 300만 유로(약 40억원)까지 뛰어올랐다”며 1월 이적시장에서 판을 흔들 대어로 소개했다. 당초 현지 매체들은 석현준이 이적할 경우 150∼160만 유로 안팎으로 이적료를 추정했으나 석현준의 활약에 2배로 치솟은 것이다. 이는 비토리아의 한 시즌 연봉 총액에 해당하는 거액이다. 석현준의 연습생 신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베컴도 놀랄 30m ‘바나나킥’… ‘연습생 신화’ 석현준, 새해 벽두부터 득점포
입력 2016-01-03 2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