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혼자이긴 싫어… 日 독거노인들의 ‘墓友’

입력 2016-01-03 21:46

지난달 일본 도쿄의 한 장례식장에서는 ‘이색 송년회’가 열렸다. 스무 명 남짓의 60대 이상 할머니들이 실내에 마련된 관(棺)에 들어가는 ‘입관체험’을 하고 있었다.

이들은 일본의 비영리단체(NPO) ‘스리에스(SSS) 네트워크’와 ‘여성을 위한 공동무덤’에 들어가기로 약속한 사이다. 이들은 모두 자신이 숨을 거두면 장례식을 치르지 않고 바로 시신을 화장(火葬)해 공동무덤(유골함)에 봉안하기로 이 단체와 서약했다. 참가자 중에는 이날 처음 만난 사람도 많았지만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독거노인이 600만명까지 늘어난 일본에서는 이처럼 사후(死後) 같은 무덤에 들어가는 것을 전제로 교류하는 ‘하카도모(墓友·무덤친구)’란 새로운 교우 형태가 최근 몇 년 새 확산하고 있다. 3일 마이니치신문은 하카도모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로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살아온 이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도 있다. 대부분 아이 없이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했거나 평생 독신으로 살아왔다. 이들은 대대로 내려오던 고향의 선산(가족묘지) 대신 하카도모와의 ‘영원한 안식’을 택했다.

평생 독신으로 살아온 돗토리현 출신의 80대 여성 A씨도 그중 한 사람이다. 중병을 경험하면서 최후에 대해 구상하기 시작했다는 그는 “사후에 다른 사람에게 고향까지 유골을 옮겨 달라고 부탁하기가 힘들다”면서 “내가 죽을 경우 남은 일은 유품정리뿐이라 생각하니 마음이 놓인다”고 털어놨다.

친한 친구와 하카도모를 맺은 이도 있다. 친한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은 60대 퇴직공무원 B씨(여)도 “자식이 있다 해도 자신의 최후에 대해서 무책임하기 싫다”고 말했다.

이종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