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총기규제 행정명령 예고… 구매자 신원조회 의무화

입력 2016-01-03 21:45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총기규제를 강화하기 위한 행정명령을 발동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로레타 린지 미 법무장관을 백악관으로 불러 의회의 승인을 거치지 않고 추진할 수 있는 행정명령 내용을 최종 협의하기로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금주 중 발표될 것이라고 미 언론들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지난 1일 신년을 맞아 라디오와 유튜브에 생중계된 주례연설에서 “총기폭력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항의하는 편지를 학부모와 교사들, 아이들로부터 너무나 많이 받았다”며 “총기폭력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뭐든 하겠다”고 밝혔다. 미 언론들은 총기 소지 합법화를 주장하는 전미총기협회(NRA)의 로비와 이를 지지하는 공화당의 반대 속에 의회가 총기규제 법안을 외면하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발동하겠다는 뜻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행정명령에는 모든 총기 구매자의 신원조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연방법에서는 면허를 가진 총기 판매업자만 연방수사기관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전과 여부 등 신원조사를 하도록 돼 있으나,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면허가 없는 총기 판매인을 통한 구매인의 신원조사도 의무화된다. 즉 면허 없이 자신이 수집한 총을 집 또는 주말 총기 박람회에서 아무에게나 파는 일이 까다로워진다. 오바마 대통령은 올해 국정과제의 하나로 총기폭력을 꼽고 “이대로 가만히 앉아있을 수 없다”며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전역에서 총기폭력으로 아이와 부모, 배우자를 잃은 사람들이 매일매일 끔찍한 기념일을 맞아야 한다”며 “그러나 의회는 총기폭력을 막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사건 이후 신원조회 강화를 골자로 하는 법안이 초당파적으로 추진됐다가 상원의 반대로 무산된 사실을 거론했다. 그는 “미국인의 90% 이상이 찬성했던 이 초당파적이고 상식적인 법안이 무산되고서 수만명의 미국인이 총기폭력에 쓰러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 추진에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은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 충돌이 예상된다. 공화당 대선 경선 후보 중 선두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는 “총기 소유 자유를 허용하고 있는 헌법에 반하는 일”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