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올 세계경제 먹구름 잔뜩… 한국도 2%대 저성장 굳어지나

입력 2016-01-04 04:00

올해 세계경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조금씩 힘을 받으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역시 2%대 저성장의 장기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와 달리 현재 세계성장을 견인할 성장동력 국가의 존재가 희미해지면서 글로벌 경기부진의 도미노식 악순환 가능성마저 배제키 어렵다.

한국은행은 3일 ‘글로벌 경기 확장국면별 성장동인 비교’ 보고서에서 전 세계 경제의 저성장세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현 글로벌 경기가 유럽 재정위기 직후인 2013년 1분기를 저점으로 시작된 순환기의 확장국면에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글로벌 위기 이후 V자형 경기 반등이 강하게 나타났던 것과 달리 현재는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 둔화, 선진국과 신흥국 경기의 비동조화 등으로 뚜렷한 성장동력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들과 LG경제연구원 등 국내외 연구기관들은 올해 세계와 한국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더 낮을 것이라는 전망을 속속 내놓고 있다.

지난해 세계 경제성장률은 3.1%로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지난해보다 낮은 2.9%로 전망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와 독일 DZ뱅크 등 일부 해외 IB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전망치)와 같은 3.0%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우리나라 성장세 역시 모건스탠리(지난해 2.4%→올해 2.2%) 다이와(2.5%→2.3%) 씨티그룹(2.5%→2.4%) 등은 올해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예측했다.

기업의 시각도 다르지 않다. IBK경제연구소가 지난달 중순 IBK기업은행과 거래하는 수출 중소기업 18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기업들은 올해 경제성장률이 평균 2.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해 정부의 시각(3.1%)과 간극이 컸다. 수출도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응답은 37%에 그쳤다. 2014년 말 같은 조사에서는 51.4%의 기업이 전년보다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G2(주요 2개국)인 미국과 중국의 실물상황도 최근 심상찮다.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개월 연속 기준치(50)를 밑돌아 경기부진을 이어갔다. 금리인상을 단행하며 자신감을 표시한 미국 역시 최근 발표된 고용 및 제조업 지표가 예상보다 부진해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마지막 주 신규 실업급여 청구건수가 지난해 7월 4일 이후 최고치를 보였고 12월 시카고 구매관리자지수도 신규 수주 부진으로 예상치를 크게 하회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준협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난해 경제가 워낙 안 좋은 데 따른 기저효과를 제외하면 올해가 오히려 하방 위험이 더욱 클 수 있다”며 “중국의 경기둔화 속도가 빨라지거나,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신흥국 위기가 발생한다면 국내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