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는 균형과 합리 복원시키는 정치를 원한다

입력 2016-01-03 17:55
2016년 새해, 한국 정치는 달라져야 한다. 정치가 다른 분야보다 뒤처지고, 발전에 걸림돌이라는 비판은 새로운 얘기조차 아니다. 정치인들 스스로도 입만 열면 정치가 변화되고 혁신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니 정치가 정상 궤도를 이탈해버린 것만은 틀림없다. 일부 정치인의 무능력과 자질 부족, 병든 이념과 낡은 지역주의에 기반을 둔 패거리 이익 추구, 리더십과 팔로어십 부재 등이 버무려져 지금 우리 정치는 ‘경쟁력 제로’로 향하고 있는 꼴이다.

이 같은 한국정치의 적폐는 진영이나 패거리로 불리는 강고한 이익집단을 형성케 했으며, 정치인 개개인은 그 집단의 안락한 보호막 속으로 들어가 정치가가 아닌 정치 자영업자로 전락하고 있다. 정치인이 신념·책임 윤리보다는 개인·계파 이익을 우선시함으로써 합리적 의사결정 구조는 사라졌고,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어느 한편에 가담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돼 버린 것이다. 이는 정치의 균형감, 합리성을 배제시키고 무책임을 극대화시킨다. 이제 정치의 무능과 무책임은 국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 그래서 바뀌어야 하는 것이다.

올해 한국정치는 균형감과 합리성의 복원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친박, 비박으로 갈려 세 불리기를 위한 공천 싸움에만 관심을 둘 뿐 대중의 요구를 묵살하는 여권의 오만과 독선, 자신만 선이기 때문에 반대로 일관하며 수권 세력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는 야당의 무능력은 균형감과 합리성의 상실에서 기인한다. 안철수·김한길 전 대표의 탈당으로 분당이 가시화된 야권 상황은 그런 결과이기도 하다. 양당제든 다당제든 패거리와 지역 이익으로 뭉쳐 있는 현재의 붕당 구조에서 우리의 정치는 건강성을 회복해야만 한다.

스스로 바꿀 능력이 없을 경우 외부 충격이 닥친다는 것은 굳이 역사를 들먹이지 않아도 다 안다. 오는 4월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터질 듯한 변화 요구를 그냥 흘려보내는 것은 유권자의 직무유기다. 정치가 혐오의 대상이 돼 버렸지만 정치의 기능은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하다. 선거가 중요한 이유다.

지금부터 펼쳐질 정치 구호에 유권자들은 속지 말아야 한다. 변화와 혁신만 떠드는 정치인들의 말을 감별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야 한다. 역대 최악이라고 비판받는 19대 국회를 겪었으므로 의원 개개인의 평가와 예비 후보들의 실력·진정성을 곰곰이 살펴봐야 한다. 정치권력을 사유화하고, 막말을 해대며, 말만 번드르르하거나 선동만 있지 행동이 없으며, 계파 보호막 속에서 잇속만 차리는 정치꾼들을 솎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의 구조적 적폐는 청산되지 않는다. 정치꾼들은 유권자들의 정치 혐오와 이에 따른 무관심을 먹고 산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