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올해 신년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핵·경제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이다. 핵 관련 부분은 “(노동당 창건 70주년이던 지난해) 10월 경축광장에서 펼쳐진 격동적인 화폭들은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쏴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으로 누리를 진감했다”는 게 전부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핵개발 의지를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은 당분간 대외관계를 신중하게 유지하겠다는 의사표시로 해석된다.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자제함으로써 현재의 대북제재 상황을 더 이상 악화시키지 않겠다는 속마음을 드러낸 셈이다.
김정은이 대신 5월 초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대회의 성공적 개최와 경제강국 건설, 인민생활 향상을 특별히 강조한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경제 회생을 통해 주민 지지를 이끌어냄으로써 집권 기반을 공고히 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의 이런 정책구상은 우리가 바라는 안정적 한반도 상황관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근혜정부는 집권 4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남북관계를 전혀 개선시키지 못했다.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두 차례 성사시킨 게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목할 만한 대북 제의를 여러 차례 했지만 북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실패했다. 북은 이번 신년사에서도 남북관계 개선 의사를 밝혔다. 통일부가 ‘대화 의지’로 평가하며 즉각 호응한 것은 잘한 일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남북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해야 한다는 점이다. 양측은 지난해 8·25합의에 따라 차관급 회담을 열었지만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했다. 남북이 서로 이산가족 문제와 금강산 관광 문제를 먼저 논의할 것을 고집하다 돌아선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북은 제7차 노동당대회 이전에는 남측의 대화 제의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정부가 손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 경제 회생에 전력을 기울이는 김정은정권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대북 경제협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한편 쌀, 비료 등 대북 경제지원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해봄직하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때가 됐다.
[사설] ‘대화 의지’ 표명한 北에 실용적 협력 유도를
입력 2016-01-03 17: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