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는 지난 1일 신년사를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검은색 뿔테 안경을 끼고 등장했다. 김일성 주석이 생전에 쓰던 안경과 비슷한 모양이다. 군보다 당을 중시했던 할아버지의 정치적 색깔을 차용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 또한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선대의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노선을 걷겠다는 의지로도 여겨진다. 대중연설을 극도로 꺼리던 아버지 대신 북한 주민 앞에 공개적으로 나섰던 할아버지를 더 닮겠다는 것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3일 발표한 ‘2016년 김정은의 신년사를 통해 본 북한의 권력 변동과 대내외 정책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년사에서 김 제1비서가 김 주석과 김 위원장을 직·간접적으로 언급한 게 11회였다”고 분석했다. 집권 뒤 첫 신년사였던 2012년(신년공동사설)에는 무려 76회였고, 2013년 47회, 2014년 21회, 지난해에는 16회로 매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아버지의 ‘선군(先軍)’을 언급한 것도 단 두 번에 불과했다. 2012년 17차례로 시작해 2013년 6차례, 2014년 3차례, 지난해 4차례로 지난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감소 추세다. 정 실장은 “유훈통치는 2014년을 계기로 사실상 종료됐고, 2015년부터는 김정은의 독자적인 리더십과 노선 및 정책이 강조돼 왔다”고 평가했다.
반면 노동당을 뜻하는 ‘당’을 언급한 횟수는 큰 폭으로 늘었다. 2012년 49회, 2013년 40회, 2014년 47회로 거의 변동이 없다가 지난해 53회로 소폭 증가하더니 올해에는 60회나 됐다. 정 실장은 “북한 체제는 당이 국가를 지도하는 당·국가체제이고 노동당이 김 제1비서의 가장 중요한 통치수단이 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조성은 기자
김정은, 검은 뿔테 안경 쓰고 등장
입력 2016-01-03 2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