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보기 드문 R&B 보컬리스트다.”
여성 힙합 싱어송라이터 수란(사진)에 대해 미국 음원 전문 매거진 노이지는 이렇게 평가했다. 노이지는 수란이 지난 11월 발표한 싱글 ‘콜링 인 러브(Calling In Love)’를 2015년 최고의 K팝으로도 선정했다.
수란은 청아하면서 그루브 넘치는 목소리로 힙합신에서 주목되는 보컬이다. 프라이머리, 다이나믹 듀오, 얀키, 빈지노 등 힙합 뮤지션들의 곡에 참여해 목소리는 귀에 익지만 ‘수란’이란 이름은 아직 낯설다. 수란을 최근 서울 중구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음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7∼8년 정도 됐어요.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부모님께서 반대하셨어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면서 음악을 해보려고 했는데 집중이 안 되더라고요. 대학부터 그만뒀어요. 그리고 노래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어요.”
수란은 오디션을 보러 다니지도, 기획사에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대신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곳으로 뛰어들었다. 라이브카페에서 시작해 재즈클럽으로 옮겼다.
“재즈클럽에서 밴드와 맞춰가며 노래하는 게 정말 행복했어요. 그런데 클럽에서는 할 수 있는 음악에는 한계가 있어요. 우리나라엔 재즈클럽 자체도 많지 않고, 음악이 ‘음식에 곁들여지는 존재’로 여겨지거든요.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더라고요. 본격적으로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배워보고 싶어서 학교로 갔어요.”
서울예술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간 수란은 재즈, 팝, R&B, 일렉트로닉, 영국 컨트리 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듣고 배웠다. 같이 학교에 다닌 친구와 ‘로디아’라는 2인조 일렉트로닉 그룹을 만들어 활동하기도 했다.
수란은 작사, 작곡, 프로듀싱으로 영역을 넓혀갔다. 힙합 뮤지션 프라이머리의 앨범 ‘2’에 실린 ‘마네퀸’ ‘아끼지마’ ‘피해망상’ 등에 피처링, 프로듀싱, 작곡으로 함께했다. 브라운아이드걸스 ‘아이스크림의 시간’, 김예림 ‘아우(Awoo)’, 슬리피 ‘기분 탓’, 얀키 ‘퍼플 나이트(Purple Night)’ ‘미러(Mirror)’ 등에도 작곡, 프로듀싱, 피처링 등으로 이름을 올렸다.
수란은 자신의 노래를 “혼자 가만히 들으면 더 좋은 음악”이라고 설명했다.
“제 노래를 듣고 있으면 자연스레 어떤 이미지가 펼쳐질 수 있도록 음악을 만들려고 해요. 음악과 영상이 결합된 복합예술을 하고 싶거든요. 편하게 듣고 스쳐지나가는 유행가 대신 가만히 듣고 있으면 많은 것이 느껴지는 음악을 계속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인터뷰] 힙합 싱어송라이터 수란 “노래 들으면 이미지가 펼쳐지는 음악·영상의 복합예술 하고 싶어”
입력 2016-01-03 19: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