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선조 시절 명재상 서애 류성룡이 도체찰사로 있을 때 일이다. 하루는 각 고을에 발송할 공문을 역리에게 주어 전달하게 했는데 사흘 후 그 공문을 수정할 일이 있어 회수하게 됐다. 불과 사흘 만에 공문을 수정해서 다시 내려보낸다는 게 여간 낭패가 아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역리는 이전 공문을 각 고을에 보내지 않고 그냥 가지고 있었다. 다행으로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그 역리의 게으름에 역정이 났다. 그래서 왜 공문을 내려보내지 않았느냐고 화를 냈다. 그러니 그 역리 왈 “조선공사삼일(朝鮮公事三日)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공문이 고쳐질 것이라 생각해 사흘을 기다린 후 내려보내려 했습니다”라고 했단다. 이 말을 듣고 서애는 크게 뉘우쳤다고 한다. 조선공사삼일은 조선의 정책이나 법령이 사흘 만에 바뀐다는 뜻으로 한 번 시작한 일이 오래 계속되지 못함을 일컫는 말이다. 조선 초에는 고려공사삼일(高麗公事三日)로 불렸다.
이와 비슷한 말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다. 맹자(孟子) 등문공하(騰文公下)에 있는 호변장(好辯章)에 따르면 작심(作心)은 마음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그런데 마음을 일으켜 결심한 게 사흘을 못 간다고 비꼬는 것이다.
작심삼일은 두 가지 뜻이 있다. 하나는 결심한 것을 사흘이 되지 않아 접어버리는 현상이다. 또 사흘을 두고 고심을 거듭한 끝에 올바른 결정을 내린다는 의미도 있다.
새해가 밝은 지 나흘이 됐다. 금주, 금연 등 저마다 목표를 정했지만 이를 지키지 못한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조선공사삼일,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예부터 한 번 마음먹은 결심을 초지일관(初志一貫) 하는 게 그만큼 어렵다.
비록 새해가 사흘 지났지만 독자들에게 다시 한 번 작심해 보길 권한다. 이번엔 무엇을 결심할 것인지, 그리고 충분히 실현 가능한 것인지 사흘 동안 심사숙고한 후 도전해보길 바란다.
모규엽 차장 hirte@kmib.co.kr
[한마당-모규엽] 조선공사삼일
입력 2016-01-03 17: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