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발레리노 최영규(25)가 유럽 메이저 발레단 중 한 곳인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발레단의 테드 브랜드슨 예술감독은 1일(현지시간)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마친 뒤 이런 내용을 깜짝 발표했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서 아시아 발레리노가 수석무용수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울러 세계 최정상급 발레단에서 한국인 발레리노가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경우도 지난 5월 마린스키 발레단의 김기민(국민일보 2015년 4월 15일자 단독 보도)에 이어 두 번째다.
최영규는 3일 국민일보와의 전화 단독 인터뷰에서 “이번 시즌 ‘호두까기 인형’의 마지막 공연이자 올해 발레단의 첫 공연이 끝난 뒤 감독님이 단원들 앞에서 새해인사와 함께 제 승급을 갑자기 발표했다”면서 “이렇게 빨리 승급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솔직히 지금도 기분이 얼얼하고 이상하다. 발레단에 입단해 적응하는 과정과 부상으로 몇 달간 춤을 추지 못했을 때 등 힘들었던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갔다”고 덧붙였다.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은 1961년 암스테르담 발레단과 네덜란드 발레단이 통합돼 만들어졌다. 국가를 대표하는 발레단으로 왕실과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으며 연간 100회가 넘는 정기공연을 펼치고 있다. 약 80명의 단원이 ‘코르드발레(군무)-코리페(군무 리더)-그랑수제(군무와 솔로이스트의 중간)-솔로이스트-프린시펄(수석)’로 구성돼 있다.
그는 2011년 7월 코르드발레로 입단해 4년6개월 만에 초고속으로 수석무용수에 올랐다. 앞서 한국 출신으로 2002년 그랑수제로 입단한 김지영은 2007년 수석무용수로 승급해 활동하다 2009년 한국 국립발레단으로 돌아온 바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발레학원에 다니는 누나를 따라갔다가 발레를 시작한 최영규는 일찌감치 재능을 인정받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영재로 입학했다. 2007년 비엔나 콩쿠르 주니어 1위, 2009년 유스아메리카 그랑프리 시니어 1위와 보스턴 콩쿠르 시니어 금상을 차지했다.
어릴 때부터 발레의 본고장 유럽에서 활동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던 그는 “발레단에 입단할 때 솔로이스트가 아닌 군무로 들어간 것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배울 수 있는 것도 많았다”면서 “최근 솔로이스트로서 작품의 주역을 자주 맡았는데, 발레단이 저를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수석무용수가 되면 외부 발레단에 게스트 주역으로 서는 기회가 많아지는 만큼 한국에서도 조만간 관객들을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2000년 동양인으로는 처음 파리오페라발레에 입단해 2009년 쉬제(솔로이스트)로 은퇴한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김기민에 이어 최영규가 유럽 주요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로 승급한 것은 한국 발레리노들도 어린 시절부터 체계적인 교육을 받으면 세계 발레계에서 충분히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단독] 한국인 발레리노 최영규,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한국 관객 만나길 기대”
입력 2016-01-03 19:01 수정 2016-01-04 09: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