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라, 태극 전사들이 일굴 축구 드라마… 남녀 동반 리우올림픽 도전

입력 2016-01-05 04:07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이 부른다. ‘신태용호’는 4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려 한다. 남자 대표팀은 2012 런던올림픽에서 64년 만에 올림픽 첫 메달을 조국에 안겼다. 아우들은 형들의 동메달보다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여자 대표팀도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의 꿈에 부풀어 있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른 ‘윤덕여호’는 리우올림픽 본선에 진출해 반란을 일으킬 태세다.

남자 대표팀

빠른 패스 위주로 컬러 바꿔… 런던올림픽서 따낸 메달보다 더 큰 위업 이루는 것이 목표


‘신태용호’는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예선전인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12∼30일·카타르 도하)에 대비해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마지막 담금질을 하고 있다. 이번 대회는 16개국이 4개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 뒤 각 조 상위 2팀이 8강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을 따내려면 3위 안에 들어야 한다. ‘신태용호’는 조별리그에서 우즈베키스탄(한국시간 1월 14일 오전 1시 30분), 예멘(16일 오후 10시 30분), 이라크(20일 오전 1시 30분)와 맞붙는다.

‘신태용호’는 개인 능력과 팀 전력을 감안했을 때 리우올림픽 본선 티켓에 가장 근접한 팀들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 대표팀 선수들은 이광종 전 감독의 지휘 하에 2013 국제축구연맹(FIFA) 터키 U-20 월드컵 8강을 이룬 세대다. 이 전 감독은 지난해 1월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급작스럽게 지휘봉을 놓았다. 후임 사령탑에 오른 신태용 감독은 이 전 감독이 선호했던 선수비-후역습 대신 빠른 패스 위주의 공격 축구로 팀 컬러를 바꿨다.

신 감독은 지난달 제주 서귀포와 울산에서 진행한 국내 전지훈련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빠른 템포의 패스, 전방 압박, 포백과 스리백을 넘나드는 유동적 수비를 소화할 수 있는 국내 자원들을 선발했다. 여기에 해외파들도 가세했다.

류승우(23·레버쿠젠)와 황희찬(20·잘츠부르크), 권창훈(22·수원 삼성)은 공격의 선봉에 설 예정이다. 특히 ‘슈틸리케호’와 ‘신태용호’를 오가면서 공격 조율의 핵심 역할을 해 온 미드필더 권창훈은 “부상 때문에 선수들과 발을 맞출 시간이 적었지만 대부분의 선수들과 청소년 대표팀 시절부터 함께 호흡을 맞춰 왔던 터라 큰 문제없다”며 우승 의지를 다졌다. 박인혁(21·프랑크푸르트)이나 최경록(21·상파울리) 등이 소속팀의 차출 거부로 합류하지 못했고, 김민태(23·센다이)는 부상으로 빠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4일 UAE 올림픽 대표팀과 평가전을 치른 ‘신태용호’는 7일 사우디아라비아를 상대로 전력을 최종 점검한다. 신 감독은 조별리그 1차전인 우즈베키스탄전을 최대 고비로 보고 있다. A대표팀 선수들이 다수 합류한 데다 전력상으로도 한국과 대등하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변수가 많은 토너먼트에 대비해 4-4-2 전술을 기본으로 4-2-3-1 등 4가지 전술을 준비했다.

여자 대표팀

젊은 피 대거 가세한 게 호재… 사상 첫 올림픽 본선 진출 꿈


윤덕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 축구 대표팀은 2월 29일부터 3월 9일까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출전한다. 여자 축구는 남자 축구와 달리 연령 제한이 없어 현 국가 대표팀이 이번 대회에 나선다.

FIFA 랭킹 기준 상위 5개국인 일본(4위), 북한(6위), 호주(9위), 중국(17위), 한국(18위)이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 올랐고 1·2차 예선을 거친 베트남(29위)이 합류했다. 6개국이 풀리그를 벌여 상위 2개 팀이 본선 티켓을 가져간다.

한국은 이번이 올림픽 본선에 오를 적기로 보고 있다. ‘윤덕여호’는 지난 6월 열린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16강에 오르며 자신감을 충전했다. 강호들을 상대로 경험도 쌓았다. 그 효과는 월드컵 직후 열린 2015 동아시안컵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은 개최국 중국과의 1차전에서 시종 경기를 주도하며 1대 0으로 이겼다. ‘공중증(恐中症)’에서 벗어난 한국은 여세를 몰아 일본과의 2차전에서도 2대 1 승리를 거뒀다. 비록 북한과의 최종전에서 0대 2로 패해 우승컵을 들어올리진 못했지만 강호들을 상대로 줄곧 끌려 다니던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3개국 모두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에서 맞붙을 상대이기 때문에 동아시아컵에서의 선전은 의미가 크다.

‘윤덕여호’에 젊은 피가 대거 가세한 것은 호재다. 지난해 11월 호주와의 평가전을 앞두고 안혜인(위덕대), 민유경(이상 21·한양여대), 김민정(여주대), 홍혜지(충남 고려대), 박예은(이상 20·충남 고려대) 등 젊은 선수들이 발탁됐다. 지소연(25·첼시 레이디스), 전가을(28·웨스턴 뉴욕 플래시) 등 월드컵 16강을 이룬 황금세대와 신진세대는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세대교체 시기인 만큼 새 얼굴들이 팀의 전술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도록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

부상 공백을 메우는 것도 시급하다. 대표팀의 핵심 수비수 심서연(27·이천대교)은 동아시안컵 중국전에서 오른쪽 무릎 십자인대 파열 부상을 당해 이번 대회에 나서지 못할 전망이다. 그는 중앙 수비수와 측면 수비수,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소화하며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 온 멀티플레이어다. 실력과 리더십을 겸비한 주장 조소현(28·현대제철)은 발 부상으로 재활 중이다. 조소현의 회복이 더뎌진다면 대표팀 전력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