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분오열된 야권에서 선거연대 주장이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다. 야권 내부는 물론 전문가 집단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선거연대를 시도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야권 지도자들 간 불신의 벽이 여전히 견고해 선거연대 성사 여부나 방식에 대해선 누구도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한길 의원이 탈당 및 ‘안철수 신당’ 합류로 마음을 굳힌 것으로 알려져 야권 재편 작업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현재 안철수 신당을 제외한 나머지 야권 그룹에서는 제1야당까지 포함한 선거연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회의 창당을 진행 중인 무소속 천정배 의원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비호남에서는 새누리당에 어부지리(漁夫之利)를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안철수 신당과 정의당, 더민주까지 포함하는 협력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신당 출현으로 위기감이 최고조에 이른 더민주는 선거연대가 더욱 절박하다. 의석수가 가장 많은 수도권은 선거연대가 사실상 유일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더민주의 한 수도권 의원은 “선거연대 없이 생존 가능한 수도권 지역구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고 우려했다.
최대 변수는 안철수 신당과 천 의원이 내건 연대의 전제조건이다. 안 의원은 “더민주와의 선거연대나 통합은 없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는 상태다. 천 의원은 더민주와의 연대 조건으로 문 대표를 비롯한 친노(친노무현)계와 86그룹(80년대학번·60년대생) 등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의 더민주로는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조건이다.
한편 김한길 의원의 탈당이 임박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안철수 신당 세력에 합류한 유성엽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의원이 (신당에) 오는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 아마 거의 마음이 정해진 것 같다. (다른 의원들의 탈당) 날짜도 정해졌다던데…”라고 했다. 다른 비주류 의원도 “그렇게 알고 있다”고 했다. 다만 김 의원은 “누가 그러느냐. 지금 내가 이렇게 저렇게 말할 것은 아니지 않으냐”고만 답했다.
김 의원이 탈당을 결행할 경우 호남은 물론 수도권 비주류 의원들의 탈당 행렬에 다시 불이 붙을 가능성이 크다. 비주류 진영에서는 다음 주 최소 4∼5명의 의원이 더민주를 떠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 비주류 핵심 의원은 “최근 경향을 보면 탈당의 속도와 폭이 더 강화되지 않겠느냐”며 “우유부단한 더민주 지도부의 태도와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는 신당 지지도 상승세가 (의원들의) 의사결정 고민을 덜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도 전날 2013년 창당준비위원회 의장을 맡았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회동하는 등 창당 작업에 속도를 냈다. 윤 전 장관은 “오랜만에 만나 그간의 소회를 나눴지만, 신당 합류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이 안 의원과 관계를 일정부분 회복함에 따라 다시 ‘안철수 신당’ 창당에 힘을 보탤지 주목된다. 안 의원은 창당준비위원장 영입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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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1 2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