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부터 교권 침해 학생·부모 특별교육… 교사들 “실질적 지도권 없으면 반쪽짜리”

입력 2015-12-31 21:17
지난 23일 경기도 이천의 한 특성화고교에서 학생들이 교사를 빗자루로 때리는 동영상이 공개됐다. 학생들은 욕설을 퍼부으며 침까지 뱉었다. 하지만 교사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다. 학생들의 교사 폭행은 2010년 45건에서 2014년 86건, 성희롱은 같은 기간 31건에서 80건으로 급증했다.

바닥으로 떨어진 교권을 바로 세우기 위한 ‘교원지위 향상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이 31일 국회를 통과했다. 새해부터 시행되는 개정 법률은 피해교사 보호, 가해학생·학부모 특별교육 및 심리치료 의무화, 교권 침해 사안 축소·은폐 방지 등을 담고 있다.

개정 법률은 피해 교사의 ‘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폭행 등 심각한 교권 침해를 겪은 교사는 자존감에 큰 상처를 입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교단에 서야 한다. 상처가 덧날 수밖에 없다. 이에 교육청이 전문 상담과 치유를 지원하는 ‘교원치유지원센터’를 지정·운영하도록 했다.

교권을 침해한 학생은 교육감이 지정한 기관에서 특별교육과 심리치료를 받아야 한다. 개정 법률은 해당 학생의 보호자도 참여하도록 했다. 학교장은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반드시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보고 의무만 이행한다면 학교장 평가나 학교 평가에서 교권 침해 사례가 부정적 지표로 활용되지 않도록 했다. 교육부는 개정 법률의 후속조치로 ‘교원 사기진작 종합대책’을 2월까지 마련한 예정이다.

그러나 교사들은 ‘반쪽짜리 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문제 학생에 대한 실질적인 지도 권한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 경기도 부천의 한 중학교 교사는 “체벌도 금지됐고 그나마 남아 있던 벌점제까지 없어졌다. 다른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아이들을 통제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무력감을 느낄 때가 적지 않다”고 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이런 지적에 동의한다. 김동석 대변인은 “교실에서 문제 학생들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면 교사들의 수업은 형식적으로 흐르기 쉽다. 교실 안에서 교권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까지 지킬 수 있는 내용으로 시행령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정안이 사후 대책에 치중했다는 지적에 일부분 동의한다. 교권보호 매뉴얼이나, 예방교육 등 법에 명시하지 않는 사전적 대책도 만들고 있다”면서 “교사들의 지도권을 강화하는 부분은 학생 인권조례 등과 부딪힐 수 있어 어려운 게 사실이고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