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초상화… 대륙의 시선 사로 잡다

입력 2016-01-04 04:16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중국 베이징 파크뷰 그린전시홀의 관우 작품 앞에서 포즈를 취한 강형구 작가. 현지 전시장에서 퍼포먼스를 하듯 작업해 완성한 그림이다. 작가 제공

전시장 안에서 백발에 수염을 길게 기른 한국 작가가 그림을 그린다. 손에 쥔 건 붓이 아니라 에어 스프레이다. 캔버스가 사람 키 몇 배의 엄청난 크기라 기중기에 올라가 스프레이를 뿌리기도 한다. 물감을 뿌리는데도 다음날이면 사진보다 더 사실적인 얼굴이 점점 뚜렷해진다. 관우다. 중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역사 속 인물이다. 찢어진 눈은 매섭고 꽉 다문 입매엔 위엄이 서려 있다. 너무 생생해 캔버스 밖으로 걸어 나올 것 같다.

극사실주의 초상화 작업으로 유명한 강형구(62) 작가가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동시에 초대전을 갖고 있다. 미술 한류로 중국 진출이 느는 추세지만 중국 대도시 2곳에서의 동시 전시는 처음이다. 강 작가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난해 12월 초순부터 시작된 중국 전시에 대해 설명했다. 구불구불한 백발과 수염, 동그란 앤틱풍 안경 탓에 ‘반지의 제왕’의 등장인물이 연상되는 외모다.

“새로운 개념의 전시입니다. 작가가 라이브 쇼 하듯 관람객을 등 뒤에 두고 작품을 완성해갔지요.”

개막 두 달 전부터 전시장에서 작품 활동을 한 게 입소문이 나면서 개막식은 성황을 이뤘다. 현지 언론에서도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중국에는 이제 진출하는 것인 만큼 신인의 자세로 임했다”며 “저 정도 되는 작가라면 어시스턴트를 쓸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직접 하나하나 작품을 완성했음을 보여준다는 의미도 있다”고 했다. 거의가 4∼6m의 대작들이지만 현지에서 7점이나 완성했다. 그는 “구경 온 사람이 다시 오고,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기도 했다. 신명이 나고 어깨도 무거워 하루 26시간씩 그렸다”면서 “작업 신기록이 될 것”이라며 슬며시 웃었다.

메릴린 먼로, 고흐 등 유명인을 사진보다 더 정교하게 표현해 극사실주의 작가로 불린다. 붓자국이 남는 회화의 느낌이 싫어 스프레이를 써서 그린다. 사진작업을 하지 굳이 회화일까. “사진이라면 90세의 제 자화상, 요절한 메릴린 먼로의 늙은 초상 같은 건 불가능하지요.” 허구를 그린다는 점에서 자신을 극사실주의 작가로 분류하는 건 틀렸다고 했다.

2월 19일까지 열리는 상하이현대미술관(MOCA)에 50여점, 2월 26일까지 이어지는 베이징 파크뷰 그린전시홀에는 30여점을 풀었다. 원시시대의 북경원인, 등소평과 루쉰 등 중국적 소재들이 현지 작업을 통해 대거 선보인다. 베이징 전시는 최신작, 상하이 전시는 회고전 형식으로 꾸몄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