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었던 ‘길’, 콘서트로 조용한 컴백

입력 2016-01-01 05:02
‘리쌍’ 멤버 길. 리쌍컴퍼니, CJ E&M 제공
바비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자숙했던 연예인들이 돌아오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음악과 예능에서 활약했던 뮤지션들의 경우 진심 담긴 음악으로 무장해 돌아올 때 가장 환영을 받는다. 힙합 듀오 리쌍의 길(본명 길성준), ‘소울 대부’ 바비킴은 콘서트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리쌍은 지난 30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리쌍극장3’ 콘서트를 열었다. 시작은 ‘주마등’이었다. ‘주마등’은 길이 지난해 음주운전으로 모든 연예계 활동을 접은 이후 약 1년 반 만에 발표한 디지털 싱글곡이다. 검은 모자를 쓰고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채 무대에 오른 길은 “사고뭉치 길성준”이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다소 쑥스러워하자 관객들은 위로와 격려의 환호를 보냈다.

길과 개리(본명 강희건) 모두 예능에서도 크게 활약했지만 콘서트에서는 음악에만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짧은 오프닝 멘트가 끝나고 ‘개리와 기리’ ‘화가’를 함께 부른 뒤 길의 단독 무대가 펼쳐졌다. 길은 솔로 앨범에 담긴 ‘느티나무’ ‘바람아 불어라’ ‘벗(BUT)’을 차례로 불렀다. 길은 “등산을 좋아하는데 한창 힘들 때 산을 오르면서 들었던 생각을 옮겨서 만든 곡이 ‘바람아 불어라’다. 주변에 이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 그 녀석(노홍철)도, (정)형돈이도 좋아한다”고 말했다.

길은 또 ‘응답하라 1988’(응팔) OST에 실린 전인권의 ‘걱정 말아요 그대’도 불렀다. 길은 “오늘 이 곡을 하기로 결정했다. 얼마 전 응팔을 몰아서 봤는데 400번은 운 것 같다”고 했다. 길의 허스키한 목소리에 담긴 절절한 노랫말은 관객의 마음을 울리기에 충분했다.

이어 정인과 개리의 단독 무대가 펼쳐졌고 마지막 약 40분은 리쌍과 정인, 미우가 같이 무대를 뜨겁게 달궜다. 앙코르로 무려 4곡(‘발레리노’ ‘광대’ ‘우리 지금 만나’ ‘겸손은 힘들어’)을 부르며 2층 지정석 관객들까지 열정적으로 하나 된 시간이었다. 리쌍은 “좋은 날이 오겠죠”라는 말을 수차례 하며 신나면서도 따뜻한 무대를 보여줬다. 콘서트가 끝난 뒤 길은 무대 앞쪽 관객들과 일일이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눴다.

지난 1월 비행기에서 소동을 벌여 자숙했던 바비킴도 지난 25∼27일 소극장 공연으로 오랜만에 팬들과 호흡했다. 3년 만에 단독 콘서트를 선보인 바비킴은 “각혈하는 심정으로 공연을 준비했다. 진심 어린 소통으로 팬들에게 보답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