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여직원만 입는 은행 유니폼… 차이? 차별?

입력 2016-01-01 05:00

한 시중은행 노동조합은 새해부터 각 지점의 탈의실 개선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여성 직원들이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공간을 좀 더 넓고 쾌적하게 바꾸는 일이다.

여직원만 입는 유니폼은 그동안 골칫거리였다. 옷을 갈아입는 ‘일’ 때문에 10분 일찍 출근해 10분 늦게 퇴근해야 했고, 좁은 탈의실에서 동료와 마주쳐 어색한 표정을 짓기 일쑤였다. 남자 직원은 유니폼이 없어 ‘차별’ 논란도 따라다녔다. 유니폼을 없애면 간단하게 해결될 일인데 왜 노조는 탈의실 개선을 선택한 것일까.

이 은행 직원 김모(33·여)씨가 근무하는 지점에서 대리급 이하 여직원은 모두 유니폼을 착용한다. 남성 직원은 직급에 상관없이 단정하게 정장만 착용하면 된다. 대다수 은행이 비슷한 규정을 두고 있다. 은행은 통일된 복장이 고객에게 신뢰감을 준다는 이유로 유니폼을 입게 하는데, ‘통일된 복장’은 여직원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다.

또 직급이 낮은 직원만 유니폼을 입다 보니 전문성을 의심받는 경우도 생긴다. 같은 대리인데도 유니폼 입은 여성 대신 남성 직원에게 상담 받고 싶다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유니폼 착용에 대한 불만은 노조의 유니폼 폐지 운동으로 번졌다. 2013년 노조 집행부는 유니폼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고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 ‘대리 이하 여직원의 유니폼 착용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조합원 5435명 중 40.6%가 ‘필요하다’, 16.8%가 ‘매우 필요하다’고 답했다. 특히 여직원은 무려 67.3%가 “유니폼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남성 직원(51.7%)보다 월등히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

이유는 “무슨 옷을 입을지 매일 신경 쓰는 것보다 차라리 유니폼이 낫다”는 거였다. 일반 기업에 다니다 2014년 은행으로 이직한 박모(26·여)씨는 “유니폼 착용은 ‘차별’이 아니라 남녀 간의 ‘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조의 탈의실 개선 작업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 조치다.

정영애 서울사이버대 부총장은 “여성 직원의 유니폼 착용을 두고 콕 집어 ‘차별이다’ ‘차이일 뿐이다’ 말하기는 어렵다”며 “남성 정장과 여성 정장의 차이, 의복 구입비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