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목회 전망] “교회 재정 위기 대비…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입력 2016-01-03 18:36 수정 2016-01-03 21:06
2016년은 교회의 대전환 시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정과 영적 위기에 맞서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라고 조언했다. 국민일보DB
“2016년은 교회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많은 교회의 목사들과 신자들은 ‘설마’ 하며 큰 위기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교회는 빠르게 문 닫고 있는 10만 교회 속에 포함돼 있다.”

올해 미국교회의 트렌드를 분석한 미국 남침례신학교 산하 라이프웨이 크리스천 리소스센터 톰 레이너 박사의 말이다. 미국의 사례이긴 하지만 한국 역시 다르지 않다. 목회 현장의 실질적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교회 위기에 대한 구체적 예견은 지난해 말 출간된 ‘2020-2040 한국교회 미래지도2(생명의말씀사)’에서 적시됐다. 목회자들도 사뭇 달라졌다. 국민일보목회자포럼 정성진(거룩한빛광성교회) 대표회장은 지난 31일, “지금은 다 내려놓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시대를 분별해야 대안이 나온다”고 했다. 마침 올해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1년 앞두고 있다. 변화를 시도할 적절한 타이밍이다.



◇재정 위기를 대비하라=경제 위기와 구조조정이 가시화 되면서 교회는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신자들의 경제 능력으로 운용되는 교회 재정 구조상 이 점은 자명하다. 해외 선교사들은 일찍부터 이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 지표는 교회 재정 위기의 서막처럼 들린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교회 건축 등에서 발생한 엄청난 부채가 향후 한국교회를 위협하는 요소가 된다. 한 보고에 따르면 지난 5년 간 교회 연체율은 5배가 늘었다. 빚을 내 교회를 건축했다가 경매에 넘어간 사례가 2010년 181건에서 2013년에는 312건으로 늘었다. 빚을 갚아야 할 신자들 역시 경제 위기에 있다. 5∼10년 후에는 주류층인 40∼50대가 은퇴 상황에 직면한다. 젊은이들은 부재하다. 이 때문에 지금 위기 탈출을 하지 않으면 20년 뒤엔 교회 파산이 도미노처럼 번질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미래학자 최윤식 박사는 ‘미래지도2’에서 재정 위기 앞에 놓인 교회를 위한 응급 처방 5가지를 제안했다. 현금을 확보할 것, 부채 원금을 줄일 것, 선제적으로 체질을 개선할 것, 위기 국면에 따른 목회 서비스를 준비할 것, 위기 모니터링 팀을 가동할 것 등이다.



◇평신도를 재발견하라=한국교회는 이른바 ‘에피고넨(epigonen)’의 시대를 맞고 있다. 에피고넨은 ‘자손’ ‘나중에 태어난 자’라는 뜻으로, 원래 그리스 7용사의 아들들을 가리킨다. BC 4세기 그리스를 지배하며 동방원정에 나섰던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후계자도 같은 이름으로 불렸으나 나중엔 뜻이 변해, 뛰어난 선구자를 모방하는 추종자를 가리키게 됐다. 현재 한국교회는 맨손으로 교회를 개척해 부흥을 이루고 신앙 형성에 영향을 끼친 ‘개척자’들이 일선에서 속속 물러나고 있다. 조용기 목사를 비롯해 김삼환, 박종화 목사 등이 은퇴하면서 ‘에피고넨’이란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는 전면적인 목회 리더십의 교체와 더불어 새로운 목회의 출현을 의미한다. 정성진 목사는 “이제 영웅시대는 갔다. 목회자들은 ‘감투’를 내려놓고 평신도가 중심이 되는 교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래목회포럼(이상대 목사)이 지난해 4월 펴낸 ‘이슈와 미래’에 따르면 향후 한국교회는 평신도 중심의 교회로 탈바꿈해야 한다. 오정호(대전 새로남교회) 목사는 “교회의 건강성은 훈련된 평신도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는가에 따라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라=출애굽 이후 이스라엘 백성을 향한 하나님의 마음은 ‘너희는 내 백성이 되고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는’ 것이었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돌아오라고 외쳤다. 구약성경의 예언서는 이를 일관되게 강조한다. 한국교회 역시 마찬가지다. 교회 내부적으로 물질 만능과 개인주의, 세속화 우려가 크다. 이에 대한 성경적 해법은 자명하다. ‘어디서 떨어졌는지를 생각하고 회개하여 처음 행위를 가지는 것(계 2:5)’이다. 마침 주요 교회들이 올해 목회의 핵심 과제로 성령운동과 제자훈련, 청년 부흥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이상화 사무총장은 “1년 앞으로 다가온 종교개혁 500주년을 행사와 기념식으로 끝나게 해선 안 된다”며 “개혁교회는 개혁신학에 입각해 개혁정신을 삶에 적용해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나안 성도를 다시 보라=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기독교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을 일컫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배척 대신 포용을 주문했다. 이들에 대한 색안경을 벗고, 기존 신자들이 신앙을 잃지 않도록 관심을 가지라는 것이다. 양희송 청어람 ARMC 대표는 “가나안 성도 현상은 교회로부터의 이탈이란 부정적 측면으로 여겨지기에 교회 내에서는 이를 목회적 위협 요인으로 생각하기 쉽다”며 “최근 목회자나 신학생들 가운데에는 가나안 성도가 던지는 기성교회에 대한 도전을 과감하게 수용하며 대안적 응답을 하는 이들이 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나안 성도는 관련 서적들이 나오면서 그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교계에서는 가나안 성도 현상이 교회 본질 회복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 인식을 좁히려는 논의가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양 대표는 그러나 “한국교회 전체에 대한 사회적 평판은 단기간에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교회 내부의 세대교체, 총선 등 선거 국면에서 나타날 (교회의) 정치적 보수 행보, 윤리적 취약성 노출 등은 (가나안 성도 양산의) 원인이자 결과로 악순환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전망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