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셋…. 2016년에는 노는 날이 무려 66일이나 된다. 새해가 시작되는 오늘은 심지어 금요일이다. 첫날부터 사흘짜리 휴가를 공짜로 선물 받은 기분이다. 올해 달력을 펼쳐보니 공휴일이 주말과 겹치지도 않고 나란히 줄지어 있어 여행가기 딱 좋은 해다. 그야말로 축제 같은 병신년(丙申年)의 시작이다.
요즘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캘린더형 다이어리를 능숙하게 활용하지만 나의 경우 어린 시절, 아프리카를 가보겠다는 발칙한 여행계획을 세우며 달력 보는 취미가 생겼다. 여행을 위해 언제까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다음 학기 출석부의 수강신청 정정 기간을 지나 최종 출석부가 교수님께 전달되는 그날까지 단 하루도 놓치지 않고 여행하기 위해 달력을 보고 또 봤었다. 그렇게 시작된 달력 보기가 20여년의 노하우와 뒤섞여 나를 먹여 살리는 직업이 되었고 지금 책상 위에는 세계 각국의 축제일정이 담긴 축제달력으로 남았다. 꼭 가보고 싶은 버킷리스트와 함께.
우리나라는 한겨울에도 갈 곳이 넘친다. 강원도와 경기도에서 경쟁적으로 개최되는 낚시축제 덕분에 겨울 야외축제가 유례없이 발달한 나라다. 각국의 축제성수기·비수기, 최근 경향을 비교해도 한국은 단연 으뜸이다. 1월에만 화천, 홍천, 인제, 평창, 가평, 포천 등 물고기 종류를 바꿔가며 여행객 맞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곧 찾아올 봄이 되면 유럽과 남미에선 카니발의 계절이 시작될 것이고 곧이어 아시아에선 추위를 보내고 행운을 빌어주는 물축제가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질 것이다. 필요한 건 여행을 즐길 마음과 튼튼한 체력이면 족하다. 누가 알아주든 말든 열심히 일하고, 스스로 보상받는 시대에 살면서 달력에나마 내 마음대로 여행일정을 표시하는 게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정부에서도 여행·축제·쇼핑 등 매력적인 이슈를 더해 지역관광 활성화에 열을 올리고 있으니 올해는 안팎으로 등 떠미는 분위기다. 축제 같은 한 해, 여행을 시작하자.
유경숙(세계축제연구소장)
□매주 금요일 축제 뒷얘기를 소개하는 칼럼을 신설했습니다.
[축제와 축제 사이] <1> 달력 보는 재미
입력 2015-12-31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