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가 몰아친 세밑에 ‘얼굴 없는 천사’는 어려운 이웃들을 잊지 않았고, 시민들의 마음을 모아 만든 성금이 아픈 아이들의 상처를 달랬다.
전북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2000년 4월 첫 성금을 놓고 간 이후 16년째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30일 “오늘 오전 9시53분쯤 40∼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주민센터에 전화를 걸어와 성금기부 사실을 알렸다”고 밝혔다.
전화를 받은 직원 정모씨에 따르면 이 남성은 “주민센터 뒤 공원 가로등 쪽 숲 속에 돈을 놓았으니 가져가시고 어려운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세요”라는 말을 남긴 채 전화를 끊었다. 직원들이 현장으로 뛰어가 보니 A4용 복사용지 박스가 놓여 있었다. 상자 안에는 지폐와 동전을 합쳐 모두 5033만9810원이 들어있었다. 또 “소년소녀 가장을 위해 써주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적은 메모도 함께 있었다.
주민센터 측은 성금 전달시점과 방식, 전화 목소리 등을 볼 때 지난 15년간 찾아온 ‘얼굴 없는 천사’와 같은 인물로 보고 있다. 이날 성금을 포함해 이 ‘천사’가 그동안 17차례에 걸쳐 보내온 돈은 모두 4억4764만1560원에 이른다.
부산에서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학생 57명이 이름 모를 천사들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투병중인 초등학교 5학년 김모(12)군 등은 이날 부산시교육감실에서 각각 200만∼500만원의 성금을 받았다. 성금을 받은 학생들은 백혈병과 뇌종양, 근이양증, 혈우병 등 난치병으로 본인은 물론 가족들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모두 1억8750만원에 이르는 성금은 부산지역 700여 곳의 유치원생은 물론 초·중·고생과 학부모, 교직원, 시민 등이 모은 것이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사랑의 날개달기 난치병 학생 의료비 지원사업’의 하나로 모금을 시작했다. 학생들은 우유통으로 저금통을 만들어 모금했고, 나머지는 정기계좌이체와 자동응답전화(ARS) 모금 등에 함께 했다. 성금을 전달한 김석준 교육감은 “힘들게 투병하는 학생과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부산·전주=윤봉학 김용권 기자 ygkim@kmib.co.kr
전주 ‘얼굴없는 천사’, 올해도 찾아왔다… 16년째 같은 장소에 뭉칫돈 ‘모두 4억4764만원’
입력 2015-12-30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