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해야 할 공정위 ‘거짓말 브리핑’ 논란

입력 2015-12-30 21:34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뒤 뒤늦게 롯데그룹의 지분구조 파악에 나서 늑장 대처라는 비난을 받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이번엔 ‘거짓말쟁이’ 오명까지 쓰게 됐다.

공정위는 지난 24일 합병 관련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법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삼성그룹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으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돼 추가 출자분을 해소해야 한다”며 “신규순환출자 금지제도 도입 이후 첫 적용사례”라고 발표했다. 기자단은 “현대차그룹 건은 순환출자 문제가 없느냐”고 질문했다. 지난 7월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의 합병도 삼성과 유사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우리도 정확히 알고 있지 않아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은 주지 않았다.

하지만 브리핑이 있던 당일 공정위는 현대자동차그룹에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 2개가 강화돼 합병 회사의 881만주(4600억원)를 연내 매각하라고 몰래 통보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등기일은 지난 9월 1일이어서 가이드라인 첫 적용사례는 현대차그룹에 해당된다. 결국 지난 27일 ‘삼성이 신규순환출자 금지 첫 적용사례’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쏟아낸 언론사들이 오보를 낸 셈이다.

공정위는 30일 “기업경영이나 영업상 비밀에 해당될 소지가 있어 비공개 방침을 정한 것”이라며 “당시 삼성은 공시 등을 통해 상당부분 내용이 공개돼 알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공정위의 일처리는 많은 파장을 낳고 있다. 개정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에 따르면 인수·합병(M&A)으로 순환출자의 고리가 강화되면 6개월 안에 관련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통합 현대제철 출범일이 7월 1일인 현대차그룹은 31일까지 합병으로 늘어난 추가 지분을 처분하지 못하면 과징금이나 시정명령 같은 처벌을 받는다. 순환출자 지분 처분 시한을 불과 일주일 남겨둔 채 통보받은 현대차그룹은 원치 않는 피해를 입게 된 셈이다.

또 투명 사회에 꼼수 브리핑을 함으로써 공정위는 사실을 전해야 할 언론을 오도해 독자에게 잘못된 정보를 알렸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됐다.세종=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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