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 많은 지역에서 요즘 세력을 확장 중인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 때문에 주민들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최근 탈레반의 수중에 떨어진 남서부 헬만드주와 북부 쿤두즈시에서는 수많은 주민의 생명을 보호해 온 구호단체들이 철수했다. 쿤두즈에서는 이달 초 미군이 국경없는의사회의 병원에 폭격을 가하는 일도 발생했다.
인디펜던트는 “2001년 미국과 영국이 아프간을 침공한 이후 지역의 의료와 교육에 대규모 투자가 이뤄졌다고 과시되고 있지만, 수도 카불에서 떨어진 지역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지역주민을 위협하는 건 탈레반뿐만이 아니다. 이슬람국가(IS)는 아프간 어린이들에게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못하도록 하고 있다. IS는 “정부와 서방 국가들이 의료 봉사자들을 통해 정보를 모으고 있다” “백신에는 이슬람교에서 금지된 돼지고기 성분이 들어가 있다”면서 지역주민에게 겁을 주고 있다.
지난 28일에는 칸다하르주에서 의료자원봉사를 하던 모녀가 소아마비 백신을 나눠주기 위해 한 가정집을 방문했다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정부 보건 당국은 아프간 남쪽과 동쪽의 14개 주에서 IS의 협박으로 소아마비 예방접종을 하지 못한 어린이가 10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은 소아마비가 아직도 유행하는 유일한 국가다.
동북부 바다카샨주 의원이자 부인과 전문의인 닐로파르 이브라히미 박사는 “아프간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유아사망률을 가지고 있다”면서 “정부의 부패와 목표의식 부재, 의료 종사자의 안전보장 등에 대한 지원 부족이 문제”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구호단체마저 떠난 아프간… 아동 10만명 의료사각 방치
입력 2015-12-30 2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