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전 중국 산둥성 핑이현의 석고광산 붕괴사고 구조현장에서는 새벽부터 구조팀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광부들이 매몰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220m 지점까지 물과 음식을 넣을 수 있는 기다란 통로인 ‘생명구멍’을 만드는 작업이 진행됐다. 다행히 생명구멍은 매몰 지점까지 연결됐고, 이후 구조팀은 소규모 영상장비를 이 구멍을 통해 내려보냈다.
구조지휘부는 영상장비에서 지상으로 보내지는 화면을 노트북으로 확인하면서 “좀 더 아래로, 아래로, 조금만 더 집어넣자”고 팀원들을 독려했다. 영상장비가 매몰지점에 닿은 지 몇 초가 지났다. 구조팀이 마음을 졸이고 있던 순간 어둠 속에서 천천히 나온 사람의 손이 영상장비의 화면을 가렸다. 순간 지상에서는 “와 사람이다, 사람이 손이 나타났다, 살아 있다, 살았다”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 구조팀은 영상을 통해 모두 8명이 생존해 있음을 확인했다.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생존자들의 건강상태는 비교적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위룽 상업무역주식회사 소유의 이 석고광산에서는 지난 25일 오전 7시56분쯤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주변에서 규모 4.0의 지진이 발생하면서 갱도가 무너졌다. 당시 29명이 갱도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11명이 구조되고 1명이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 실종자 17명 중 이날 8명의 생존이 확인된 것이다. 나머지 9명은 여전히 생사가 불분명하다.
이번 구조작업은 178㎜의 구멍을 뚫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이 구멍을 통해 생사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현재 이 구멍을 통해 구조팀은 생존자들과 연락을 주고받고 있으며 물과 음식, 조명장치 등을 내려보내고 있다. 생존자들은 제일 먼저 먹을 것을 빨리 보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언론들은 생존자 8명이 외부 도움 없이 일주일 가까이 생존해 있었던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고 보도했다. 생존자가 발견되기를 애타게 기다리던 구조대원들과 전문가 등 현장에 있던 900여명은 믿을 수 없는 장면에 일제히 만세를 불렀다. 이들의 눈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기도 했다.
구조팀은 나머지 9명도 살아 있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보고, 다른 매몰 장소 등을 대상으로 생존자 확인작업을 벌이기로 했다.
신화통신 등은 이번 구조작업의 어려움이 일반적인 광산 붕괴사고와 비교해 훨씬 심했다고 전했다. 18년간 광산사고 구조임무를 맡아왔다는 한 대원은 “지금까지 30여건의 광산사고 구조작전에 투입돼 170여명을 구조했지만 이처럼 심각하게 붕괴한 사고는 처음 본다”고 말했다. 특히 구조작업 중에도 계속 광산 붕괴가 일어났고 그 과정에서 애써 구축한 생명구멍이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였다고 구조팀은 전했다.
이 광산의 소유주는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중국 당국은 이번 붕괴사고의 책임을 물어 지방간부들을 줄줄이 면직 조치하고 사고원인 등을 조사하고 있다.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khmaeng@kmib.co.kr
[산둥성 석고광산 붕괴현장, 기적의 생존자 발견] 지하 220m 갱도서 손이… 매몰 6일째 8명 살아있었다
입력 2015-12-30 2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