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분열이 야권 심장인 호남 분열로 이어지고 있다. 이용훈 전국호남향후회총연합회 총회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들이 30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다.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가신 그룹인 동교동계도 다음달 초 탈당을 예고했다. 문재인 대표와 지도부는 조기 선대위 구성 논의에 착수했지만, 호남의 30년 제1야당 지지 민심은 붕괴 초읽기에 돌입할 전망이다.
◇제1야당 떠나는 호남향우회와 동교동계=이 총회장과 호남향우회 임원진 등 29명은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신당 ‘국민회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탈당을 선언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선거 때마다 더민주를 압도적으로 지지해 죄송하다”며 “1000만 출향 호남인을 대표하는 호남향우회 주요 임원들은 (더민주를) 탈당해 통합 수권야당 건설에 선봉이 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부분 국민회의에 합류했지만 이 총회장은 당분간 당적을 갖지 않은 채 야권 통합 운동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호남향우회는 전국 1400여개의 조직과 매월 회비를 내는 회원이 20만명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선거 때는 훨씬 큰 영향력을 호남 유권자들에게 미치기 때문에 더민주 소속 수도권 의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동교동계는 1월 10일 이후로 집단 탈당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동교동계 핵심인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권노갑 상임고문에게 동교동계의 탈당 여부를 위임했다”며 “선거구 획정 문제가 정리되는 1월 10일쯤 70여명이 함께 행동키로 했다”고 밝혔다.
호남은 지난 30년간 제1야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해 왔다. 1997년 대선에서 DJ를 당선시켰고, 2002년과 2012년 대선에서는 부산 출신인 노무현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몰표를 줬다. 흔들림 없이 제1야당을 떠받쳐온 호남이 분열되면서 더민주의 전통적 지지기반 가운데 한 축이 무너지게 된 셈이다. 게다가 야권 신당 세력도 ‘안철수 신당’과 국민회의 등으로 나누어져 야권 심장부는 붕괴 위기에 처했다. 더민주 지도부 핵심의원은 “통합해야 할 시기에 분열을 택한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도 “우리 당을 상징하는 분들의 탈당은 엄청난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文·安의 어색한 만남=각자 ‘마이웨이’를 걷고 있는 문 대표와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서울 도봉구 창동성당에서 열린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4주기 추모행사에서 17일 만에 조우했다. 안 의원 탈당 이후 첫 만남이다. 행사 전 다른 의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문 대표는 먼저 안 의원에게 “신당 작업은 잘돼가나”라고 묻자 안 의원은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연말연시가 다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이어진 대화에서도 서로 시선을 피하는 등 냉랭한 분위기는 계속됐다. 성당 안으로 이동하면서도 두 사람은 악수를 나누지도 않았고, 행사 때도 서로 다른 열에 앉았다. 문 대표는 행사 후 기자들과 만나 “언젠가는 합치기도 해야 되고, 길게 보면 같이 갈 사이”라고 했지만, 안 의원은 “제 원칙은 이미 여러 차례 말씀드렸다”며 문 대표 의견을 일축했다.
한편 더민주 지도부는 조기 선대위 구성 작업에 돌입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논의는 연말에 하기로 했다”며 “호남 출신 명망가를 영입해 위원장으로 모시는 것이 현재 가장 지혜로운 해법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러나 문 대표가 직접 선대위원장 선임에 나섬에 따라 구성 과정에서도 비주류 진영과의 충돌이 예상된다.
최승욱 고승혁 기자 apples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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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2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