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은 오승환(33·사진 왼쪽)과 임창용(39)이 벌금형에 약식기소됐다. 이에 따라 두 투수가 내년에 마운드에서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검사 심재철)는 30일 마카오 원정도박 혐의를 받고 있는 오승환과 임창용을 각각 벌금 7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말 마카오 카지노 정킷방(현지 카지노에 보증금을 주고 빌린 VIP룸)에서 각각 4000만원대 바카라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휴가 때 단 한 차례 도박한 점으로 미뤄 상습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오승환이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현지 구단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상황도 감안된 것으로 전해졌다. 약식기소는 법원이 공판을 열지 않고 수사기록 검토만으로 벌금을 물리게 된다. 이로써 두 선수는 선수생명을 이어갈 공산이 일단 커졌다.
오승환은 빅리그 진출에 숨통이 트였다. LA 다저스가 승부조작 이력이 있는 대만 투수 차오진후이(34)와 지난해 말 계약했고, 텍사스 레인저스가 음주뺑소니 사고로 3년간 복역한 맷 부시(29)와 이달 계약한 전례를 고려하면 벌금형이 오승환의 앞길을 가로막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승환은 사과문을 통해 “많은 분께 분에 넘치는 성원을 받았음에도 큰 잘못을 저지른 것에 대해 뼈저리게 반성한다”며 “앞으로 팬 여러분이 사랑하던 야구밖에 모르는 야구선수로 돌아가서 야구에만 전념하도록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다만 오승환이 메이저리그 진출에 실패할 때는 상황이 불투명해진다. 일본의 경우 이미 한신 타이거즈와의 협상이 결렬된 데다 요미우리 자이언츠 선수가 스포츠 도박으로 제명돼 현지 여론이 좋지 못하다. 한국 복귀도 힘들다. 한국에선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뛸 수 있는데 이미 임창용을 보류선수에서 제외하며 방출한 삼성이 오승환을 받아들일 개연성은 희박하다. 임창용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수위가 선수 생명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약식기소 처분을 받았지만 유죄가 인정된 이상 KBO 차원의 징계는 불가피하다. 1년 이상 자격정지를 받을 경우 나이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은퇴가 불가피하다. KBO는 1월 초 상벌위원회를 열고 임창용의 징계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오승환·임창용 ‘기사회생’? 檢, 벌금 각 700만원 약식 기소
입력 2015-12-30 2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