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길] “성형외과 기웃거릴 10대들에게 말 걸고 싶었다”

입력 2015-12-31 19:10 수정 2015-12-31 21:46
신현수 작가는 29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소년 소설은 쓰고 있으면 나이가 거꾸로 가는 기분이 들어 좋다”며 “동화와 소설, 교양도서 등 전방위로 써왔지만 가장 내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구성찬 기자
수능은 끝났고 방학도 시작됐다. 바야흐로 성형의 계절이다. 거리며 지하철엔 성형 권하는 광고가 넘쳐난다. 교황은 “성형은 살로 만든 부르콰”라고 했다지만 아이들에게도 성형은 무조건 나쁜 것으로만 들릴까.

따끈따끈한 주제인 성형을 소재로 한 소설 ‘플라스틱 빔보’(자음과모음)를 출간한 신현수(54) 작가를 29일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소설 제목은 성형수술의 뜻하는 영어 ‘플라스틱 서저리’와 미녀를 뜻하는 ‘빔보’에서 땄다. 여주인공인 중3 ‘강뮬란’이 성형수술을 하기 위해 친구들과 만든 비밀 클럽 이름이기도 하다. 만화영화에 나오는 뮬란처럼 광대뼈가 나오고 눈도 찢어진 강혜규. 그래서 강뮬란이라 놀림당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내 얼굴이 좋다는 혜규. 그랬던 혜규는 얼굴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한 뒤 성형수술 옹호론자로 ‘변절’한다. 편의점 알바까지 몰래 하며 수술비를 모으던 혜규. 그녀가 또다시 성형수술 반대 운동가로 ‘전향’하기까지 꽃뫼중학교 3학년에서 성형파와 반성형파가 맞붙어 벌이는 좌충우돌 이야기는 일단 재미있다.

맛깔스런 문장도 그러하지만 개념 있는 아이돌 스타 ‘리샤’, 성형외과 브로커 의혹을 받는 멋쟁이 미술선생 ‘로댕쌤’, 황혼의 로맨스로 보톡스 맞는 할머니 등 흥미 있는 캐릭터와 청소년 자살과 출생의 비밀 등 흥행 코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이야기 구조 등이 술술 읽히게 만든다.

‘뮬란’을 자칭하는 작가는 보톡스 한번 맞은 적 없는 자연미인 옹호론자다.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덫인 외모지상주의에 갇힌 채 하루에도 수없이 성형수술 카페나 성형외과 홈페이지를 기울거릴 10대들에게 말을 걸고 싶었다”는 작가는 “그러나 교훈조로, 하지 말라는 메시지로 흐르지 않도록 가장 신경썼다”고 했다. “청소년끼리 얘기하는 장을 만들어주고 선택은 아이들에게 맡긴다”는 것이다.

소설에서 강뮬란은 우여곡절 끝에 플라스틱 빔보를 탈퇴하고 안티 플라스틱 운동을 시작한다. 하지만 몇몇 친구들은 여전히 빔보에 남는다. 20년 후 ‘본판’과 ‘성판’ 중 누가 예쁜지 대결해보자고 하면서. 소설이 열린 구조로 막을 내리는 건 그런 이유다.

문제를 간단히 본다는 얘기는 아니다. 2013년 겨울 여고생의 성형수술 뇌사 사고 소식을 접하고 화들짝 놀란 그는 컴퓨터 파일에 묵혀뒀던 이 초고를 꺼내들었다고 했다. “연예인들이 성형한 걸 자랑하는 세상이 됐어요. 부작용도 모르고 동경하는 게 걱정스럽지요.”

국민일보 기자 출신이다. 올해로 전업작가 15년째. 그 사이 장편소설, 장편동화는 물론 역사, 과학, 문화 등 어린이·청소년 교양서적을 전방위로 써왔다. 청소년 소설은 ‘분청, 꿈을 빚다’(2011) 이후 두 번째다.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