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학원가에서 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강사 심용환(38)씨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파동 속에서 ‘시민들의 역사 선생’이 됐다. 국정화와 관련해 시중에 돌고 있는 얘기들을 조목조목 비판한 ‘카톡 유언비어 반박문’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려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팟캐스트와 토론회, 방송 등에 초대받으며 ‘국정화 저격수’로서 발언하고 있다.
‘역사 전쟁’은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둘러싼 쟁점들을 두루 검증한 책으로 심씨의 첫 책이기도 하다. 시중에 나온 지 며칠 안 됐는데 벌써 중쇄를 찍을 정도로 반향을 얻고 있다고 한다.
38세의 젊은 나이, 박사 학위도 없는 학원 강사가 무슨 한국사 전문가냐고 얘기할 수도 있다. 그러나 심씨가 한국사 박사는 아닐지 몰라도 역사교과서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정통하다는 점에서 발언 자격은 충분하다. 실제로 역사교과서를 다룬 여러 책들이 국정화 논란을 계기로 출간됐지만, 이 문제를 이렇게 포괄적이면서도 명료하게 꿰어낸 경우는 찾기 힘들다.
책에서 핵심을 이루는 것은 한국사 교과서를 둘러싼 논점들을 짚어보는 ‘한국사의 핵심 쟁점’(4부)과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100페이지 넘는 글 ‘뉴라이트 역사 인식, 어떻게 넘어설 것인가?’(6부)이다. “한국 역사학자들은 종북좌파다”라는 주장의 타당성을 검토한 ‘한국 역사학의 계보’, 국정화 추진세력의 이념을 파헤친 ‘뉴라이트 역사학, 왜 문제인가?’ 등도 흥미롭게 읽힌다.
‘한국사의 핵심 쟁점’에서는 기존 한국사 교과서를 비판하는 이들이 주로 거론하는 얘기를 ‘북한에 대해 우호적이다’ ‘아이들에게 패배주의를 가르치고 있다’ ‘이승만과 박정희를 부정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미국의 역할을 부정하고 있다’ 등 7가지로 요약한 뒤 현행 역사교과서에서 이 부분을 어떻게 서술하고 있는지 확인한다. 북한의 만행을 서술하지 않고 있다는데 그에 따르면 교과서에 김신조 사태, 푸에블로호 납치사건, 판문점 도끼만행사건까지 다 기록돼 있다. 또 박정희 서술에 대해서도 “분량상 긍정적인 내용이 위주고, 비판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저자는 국정화 논리를 이루는 한국사 교과서 비판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만들어진 쟁점’이라는 걸 입증해 보이면서 “역사의 해석은 보장되어야 하지만, 해석이 사실을 바꾸면 안 된다”고 비판한다. 이어서 사실을 왜곡하면서까지 역사를 다시 쓰고자 하는 이유를 이명박 정권 이후 부상한 ‘뉴라이트 역사학’에 대한 탐구를 통해 파헤치면서, 국정화 논란의 본질은 학술 논쟁이 아니라 권력 다툼이라고 주장한다.
저자는 국정화 이후의 역사 서술을 좌익 독립운동사의 배제, 민족주의의 과잉, 북한 역사의 축소, 교과서의 보수화 등으로 전망한다. 그것은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도한 교학사 교과서에서 확인된 특징이기도 하다. 그는 책에서 교학사 교과서를 세밀하게 분석하는데, 사실과 해석에서의 오류를 짚어낼 뿐만 아니라 몇 가지 두드러진 특징들을 추출해 낸다. 이승만의 사진이 4장이나 실리는 등 이례적으로 이승만 분량이 많고, 일제강점기 이뤄진 근대화 성과에 주목하면서 식민지배와 친일을 미화했으며, “4·19 혁명이 경제 발전의 발목을 잡았다”는 식으로 민주화 운동을 폄훼했다는 것이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책과 길-역사전쟁] 국정화 저격수, 역사교과서 ‘오해’를 쏘다
입력 2015-12-31 1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