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비리’ 수사 마무리… 윗선 규명 흐지부지

입력 2015-12-30 21:44

축산농가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농협중앙회 임직원들이 온갖 납품 청탁과 함께 검은돈을 챙겨온 것으로 드러났다. 최원병(69) 농협중앙회장의 최측근 및 전·현직 농협 축산경제 대표들이 나란히 적발됐다.

검은돈의 규모는 규명된 것만 23억여원, 기소된 농협 전·현직 임직원은 13명이다. 하지만 최 회장 관련 범죄 혐의를 찾지 못해 비리 윗선 규명에 실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임관혁)는 30일 농협 비리 수사 결과 이기수(61) 전 농협 축산경제 대표 등 15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남경우(71) 전 축산경제 대표 등 10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농협은행 본사 압수수색 이후 5개월 만이다.

이번 수사로 중앙회 자회사인 농협사료 등을 둘러싼 고질적·구조적 비리가 확인됐다. 축산경제 대표 등 중앙회 간부들은 특정 사료첨가제를 선정토록 농협사료에 수시로 압력을 행사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서대문 오더’라 불렀다. 중앙회 본사가 서대문에 있어서다.

이씨는 대표 재직 때인 지난 9월 사료업체 대표 고모(58)씨로부터 2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뇌물)를 받고 있다. 고씨는 농협사료에 파견 근무하다 지난 1월 퇴직한 인물이다. 남씨는 이씨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지난해 6월부터 다른 납품업자로부터 8000만원을 받았다. 농협사료 품질관리부장 등 6명은 별도로 8억여원을 받아 챙겼다. 뒷거래를 통해 사료첨가제 단가는 ㎏당 800∼1950원 올랐다.

건축 분야 자회사인 NH개발의 비리도 밝혀졌다. 유근원(63) 전 대표는 공사 수주, 인사 청탁 명목으로 27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최 회장 측근인 안강농협 전 이사 손동우(63)씨는 농협 물류 업무를 수주하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2억여원을 받아 구속 기소 됐다.

비리의 ‘정점’으로 의심받던 최 회장은 검찰의 칼날을 비켜갔다. 검찰 관계자는 “범죄 혐의 관련 단서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간 “특정인을 겨냥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밝혀 왔지만, 이명박정부 색깔이 강한 최 회장이 결국 수사의 종착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