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우정에 속아 28억 떼인 ‘현대차 2인자’

입력 2015-12-30 21:44
채규철(65) 전 도민저축은행 회장이 오랜 친구였던 대기업 부회장을 속여 수십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저축은행 비리로 징역 4년이 확정돼 지난 5월 만기 출소했지만 7개월 만에 다시 수감자 신세가 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세조사부(부장검사 한동훈)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배임 혐의로 채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채씨는 현대자동차 부회장이자 그룹 ‘2인자’로 통하던 김모(65)씨를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두 사람은 대학 동기로 수십년간 막역한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채씨는 2008년 9월 김씨에게 “국제결제은행(BIS) 비율 5% 수준을 맞춰야 하는데 나는 대출 한도가 초과됐다. 10억원을 빌려주면 도민저축은행 증자에 투자해 BIS 비율을 충족한 뒤 바로 돌려주겠다”고 속였다. “강원도는 전체적으로 수입이 많은데 인구가 적어 저축은행이 엄청난 수익을 낼 수 있다. 돈 떼일 염려는 마라”는 말도 했다.

김씨는 그 직후부터 2011년 2월까지 4차례 모두 28억원을 송금해줬다. 그러나 채씨는 이 돈을 저축은행 증자 대금이 아니라 자신이 운영하던 경비업체 직원 급여, 유학 중인 자녀 주택 구입비 등에 써버린 것으로 조사됐다.

채씨는 김씨에게 반도체 개발업체 투자를 권유해 그의 돈 19억6000만원으로 C사 주식 66만주를 사들인 뒤 이 주식을 자신의 대출 담보로 몰래 제공한 혐의도 있다. 김씨는 한참 뒤에야 친구에게 속은 것을 알고 지난해 채씨를 검찰에 고소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