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체감경기 ‘도로 메르스’ 수준… 실물경기는 더 꽁꽁

입력 2015-12-31 04:05

연말 기업과 소비자 등 경제주체들의 체감경기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발발 당시 수준으로 크게 악화됐다. 또 제조업 가동률이 6년여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실물경기 역시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장기화 우려가 높은 유가 급락, 미국 금리 인상, 수출 부진 등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연말 경기를 급랭시킴에 따라 내년 경기에도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기업·소비자 체감경기 도로 ‘메르스’ 수준으로=한국은행은 12월 제조업의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67로 전달보다 1포인트 떨어졌다고 30일 밝혔다. 메르스 사태의 타격이 컸던 지난 6월(66) 이후 6개월 만에 최저치다. 10월에 71로 잠시 호전됐지만 11월 68에 이어 이달에는 이보다 더 떨어졌다. 올해 최악의 경기 여건을 보였던 메르스 발발 당시 수준으로 기업 체감경기가 후퇴한 셈이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지수화한 BSI는 100 이상이면 경기를 좋게 보는 기업이 더 많고 100 이하는 그 반대라는 뜻이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제조업의 BSI가 떨어진 것은 국제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라며 “특히 조선해양, 석유정제 분야가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민간 소비심리 역시 메르스 사태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다가 다시 고꾸라졌다. 한은의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3으로 11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 역시 지난 5월 105에서 6월 99까지 떨어진 뒤 계속 오르다가 6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소비자심리지수가 떨어진 것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기준금리 인상과 연관이 깊다는 분석이다. 미 기준금리가 오르면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국내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악화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실제 한은이 30일 발표한 ‘2015년 11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미 금리 인상 전인 11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 연 3.16%로 10월(3.06%)보다 0.1% 포인트 올랐다. 가계대출 금리는 올해 5월 3.27%에서 계속 하락하다가 6개월 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실물은 더 심각…제조업 평균가동률 6년7개월래 최저=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11월 전체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5% 감소해 10월(-1.3%)에 이어 2개월째 감소했다.

우리 산업현장에 울리는 경고음은 오히려 메르스 당시보다 더욱 커졌다. 월별 산업생산은 메르스에 따른 일부 업종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 0.6% 늘어난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다 9월(2.5%)에는 4년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반짝 성장했다. 하지만 10월에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뒤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생산을 감소시킨 가장 큰 요인은 수출 부진이다. 11월 수출액은 같은 달보다 4.7% 줄어 11개월 연속 감소했고 이 여파로 광공업생산이 전월보다 2.1% 줄었다. 특히 재고가 쌓이면서 쉬는 공장도 늘어나 제조업 평균 가동률은 1.2% 포인트 하락한 72.7%를 나타내 2009년 4월(72.4%) 이후 6년7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내수가 하반기에 정부의 일시 부양책으로 잠시 살아난 것처럼 보였지만 수출 부진, 고용 둔화 추세로 지속되기 어려웠다”며 “내년에는 정부가 단기 부양책보다는 기업의 체질개 선, 성장활력 방안 확보 등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