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새 시대의 조건] 강제 징용·원폭 피해자 문제도 조속히 풀어야 한다

입력 2015-12-30 19:53
일본 아사히신문이 30일자 1면에 "위안부 피해 재단에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는 전제는 위안부 소녀상 철거"라고 보도했다(왼쪽). 오른쪽 같은 날짜의 산케이신문은 "한국이 위안부 기록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에 참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12·28 한·일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된 것은 이 문제 해결만으로 양국 간 과거사 문제 전체가 종식된 것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정부가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종결과 한·일 새 시대를 선언하면서 국민여론과의 괴리감이 극심해진 것이다.

위안부 문제가 ‘난제 중의 난제’로 꼽히긴 했지만 아직 일제 강제동원과 원자폭탄(원폭) 피해자 등 처참한 과거사의 상처를 지닌 국민이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정부가 남은 과거사 문제 해결에도 의지를 보이고 속도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강제징용 피해자의 경우 대법원은 2012년 “일제 식민지배에 따른 강제동원 자체가 불법이기에 한·일 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하지 않는다”며 피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이 사건은 파기환송된 뒤 일본 기업의 재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이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잇따라 제기돼 10여건이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서울중앙지법이 일본 기업이 피해자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도록 판결하는 등 대부분 피해자가 승소했다. 강제징용 피해자는 약 22만명으로 추산돼 전체 손해배상액을 합하면 22조원에 달한다.

일본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이런 모든 사인이 다 해소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우리 대법원에서 개인 청구권까지 소멸되진 않았다고 판단하면서 지리한 법정다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최종판단에 따라 일본과의 교섭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폭 피해자 문제도 일본과의 협상을 재촉할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이들에 대해서도 정부가 해결 노력을 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외교부는 일본에 양자 협상을 요청했지만 일본은 묵묵부답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9일 “일본은 우리 정부의 협상 요청에 어떤 대응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양국은 우선 이들에 대해 민간 등을 통해 각자 피해 지원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강제징용과 원폭 피해자 변호를 맡고 있는 최봉태 변호사는 “일본이 강제징용 및 원폭 피해자에 대한 협상을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봐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조정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에는 양국 간 분쟁 발생 시 외교적으로 해결하되, 불가능할 경우 한·일 및 제3국이 각 1인을 중재위원으로 선정해 중재위원회에 회부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정부는 중재 소요시간이 길고 결과를 담보할 수 없는 점 등을 우려해 적극적인 자세는 보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합의에서 이들 피해자가 제외되면서 관련 단체들이 일제히 반발하고 있어 가시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일본 산업시설에 강제징용 사실이 명확히 기재됐는지 등 과거 양국 간 합의안에 대한 감시도 필요한 부분이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