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또 ‘거물급’ 교통사고死… 단순사고? 암살?

입력 2015-12-30 20:04 수정 2015-12-30 21:55
김양건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오른쪽)이 생전인 지난 10월 21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평양 미래과학자거리 시찰을 수행하고 있다. 김 비서는 전날 교통사고로 사망했다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30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의 고위 인사가 교통사고로 숨진 건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 외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2003년 숨진 김용순 당시 당 대남담당 비서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이제강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 이철봉 강원도당 책임비서 등도 있다.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오지만, 음주운전이 잦은 북한 고위층 특유의 문화에서 기인한다는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김용순 비서는 2003년 6월 16일 교통사고를 당한 후 장기간 입원 치료를 받다 같은 해 10월 26일 69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황해북도 봉산군 은정리 염소종축장 시찰을 수행한 뒤 복귀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뇌수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1992년 아널드 캔터 당시 미 국무부 부장관과의 회담에서 “통일 이후에도 주한미군이 주둔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관심을 모았던 인물이다. 사망 당시 대남담당 비서 외에도 노동당 중앙위원회 위원,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장,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겸직하는 등 ‘김정일 시대’의 대남정책 전반을 관장했다.

2000년 6월 첫 번째 남북정상회담 때는 김대중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사전환담 자리에 유일하게 김 위원장 왼편에 배석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2008년 사석에서 “(김용순 비서가) 사망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몫 단단히 할 것”이라고 아쉬워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제강 부부장 또한 2010년 6월 2일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당시 북한의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를 이끌면서 김정은 제1비서의 후견인으로서 후계체제 구축 작업을 주도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이철봉 비서 역시 2009년 12월 25일 교통사고를 당해 숨졌다.

사고로 부상을 입은 경우도 많다. 2013년 처형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은 2006년 9월 교통사고로 허리를 다쳤고 박명철 전 내각 체육상은 2003년 교통사고를 당했다. 1987년에는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이 새벽에 차를 몰고 귀가하다 사고를 당해 중상을 입었다 간신히 살아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간부들의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건 특유의 파티문화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밀 파티에 참석하는 고위 간부들은 운전기사 없이 직접 운전해 파티장에 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귀가 때는 만취 상태인 데다 도로사정도 열악해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면 치명상을 입을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북한이 공식 발표한 김양건 비서의 사망 시각이 오전 6시45분인 점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반면 교통사고로 북한 고위층이 숨졌다는 보도가 나올 때마다 남한과 해외언론을 중심으로 숙청 또는 암살설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때문에 김 비서 또한 권력다툼의 희생양이 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다만 김 비서에 대한 북한 내부의 추모 분위기를 봤을 때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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