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냈지만 ‘부자병’을 이유로 보호관찰의 경징계를 받은 뒤 도주한 미국 10대 소년이 잠적 17일 만에 멕시코에서 체포됐다. 미국 뉴욕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법원의 보호관찰 명령을 피해 도주한 뒤 행방이 묘연했던 이선 카우치(18·사진)가 멕시코에서 체포됐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2013년 음주운전으로 시민 4명을 살해한 카우치는 재판에서 “삶이 너무 풍요로워 감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며 부자병을 호소했다. 부자병(affluenza)은 ‘풍요로움(affluence)’과 ‘독감(influenza)’의 합성어로 풍요로울수록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는 욕구로 인해 발생하는 스트레스, 무력감 등의 질병을 의미한다.
당시 미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징역 대신 보호관찰 10년이라는 상식 밖의 경징계를 내렸다. 다만 운전을 할 수 없고, 술과 약도 복용해서는 안 된다는 조치와 함께 치료를 명했다. 하지만 이달 초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게임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트위터에 올라오면서 궁지에 몰린 카우치는 지난 11일 보호관찰관과의 접견 약속을 어기고 행방을 감췄다.
카우치와 그의 모친 토냐(48)는 토냐의 픽업트럭을 이용해 국경을 넘어 멕시코에서 잠적했다가 전날 오후 할리스코주의 유명 휴양지에서 멕시코 관계 기관에 체포됐다. 금발인 카우치는 당국의 수사를 피하려고 머리와 수염을 어두운 갈색으로 염색한 상태였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카우치는 보호관찰 명령 위반 혐의로 최대 징역 10년형에 처해질 형편이 됐다. 더불어 사건 후 반성의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검경의 주장에 따라 만 19세가 되는 내년 4월에는 재판을 성인법정으로 이관해 원래 구형량보다 많은 최대 40년의 징역형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건희 기자
음주운전으로 4명 죽이고도 풀려난 美 ‘부자병’ 소년, 결국 멕시코서 체포
입력 2015-12-30 21: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