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대남통’이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외교 브레인’인 김양건(사진) 북한 노동당 대남 담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29일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향년 73세. 김 비서 사망으로 북한의 대남·대외정책에 공백이 생김에 따라 향후 남북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미칠 전망이다.
조선중앙통신은 30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이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인 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동지가 교통사고로 주체104(2015)년 12월 29일 6시15분에 73세를 일기로 애석하게도 서거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김양건 동지는 위대한 주체사상, 선군사상으로 튼튼히 무장하고 생명의 마지막 순간까지 당의 위업에 무한히 충실했다”면서 “수령에 대한 고결한 충정과 높은 실력을 지니고 오랜 기간 우리 당의 위업을 충직하게 받들어온 김양건 동지를 잃은 것은 우리 당과 인민에게 있어서 큰 손실”이라고 평가했다.
대남 온건파로 알려진 김 비서의 사망으로 회복세에 접어들던 남북관계 또한 일정 부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등장할 때까지 한동안 북한 대남정책이 경직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그는 강석주 당 국제담당 비서의 건강악화 이후 대외정책도 함께 맡아 왔다.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방북 후 마련된 북·중 관계 개선 흐름에도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1942년생인 김 비서는 1997년 노동당 국제부장을 거쳐 2007년 통일전선부장에 올라 대남 및 외교정책 전반을 관장해 왔다.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낸 북측 주역으로 알려져 있으며, 회담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단독 배석했던 인물이다. 올해 ‘8·25합의’ 당시에는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함께 남북 고위급접촉의 북측 대표로 나섰다.
반면 김정은 제1비서가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북한 체제의 특성상 대남·대외정책 기조에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관측도 나온다. 특히 북한은 내년 5월 제7차 노동당 대회를 앞두고 대외관계 개선을 통한 경제적 성과가 절실한 상황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는 김 비서의 사망이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준희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김 비서 사망이)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구체적으로 단정하긴 어렵다”면서도 “대남사업을 총괄해온 인물이라는 점에서 관련 영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오전 10시40분쯤 통일전선부에 전통문을 보내 “8월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함께 의미 있는 합의를 이끌어 낸 김양건 당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조의를 표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평양에 남측 조문단을 파견하는 등 추가 조치는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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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21: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