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 정명훈에 “경찰 조사에 적극 나서라” 편지

입력 2015-12-30 18:50

박현정(사진) 전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가 30일 정명훈 예술감독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경찰 조사에 부인과 함께 적극 나서라고 촉구했다.

박 전 대표는 언론에 배포한 편지에서 “정 감독님이 이렇게 떠나시고 사모님도 귀국하지 않으시면 진실규명은 요원해진다. 설마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지휘자’ 정 감독님께서 이런 식으로 도피하시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며 “경찰의 대질조사에서 저를 ‘매장’하기 위해 주고받은 모함의 순간들을 듣고 있는 기분이 어떤지 아느냐”고 말했다. 이어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항공료 횡령 혐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해 ‘한국인’으로서 대한민국의 법률을 존중하는 모습도 보여 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전날 정 감독이 사의를 밝히면서 “서울시향이 지난 10년 동안 이룩한 업적이 한 사람의 거짓말에 의해 무색하게 되어 가슴이 아프다”고 한 것에 대해 “작년 12월 인격살인을 당하고 사회적으로 생매장돼 13개월 동안 무덤 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간신히 빠져나오려는 사람을 다시 한번 무덤 속으로 밀어 넣었다. 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다시 한번 인격살인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정 감독의 법률 대리인인 법무법인 지평은 29일 “정 감독 부인은 박 전 대표로부터 피해를 입었다는 직원들의 사정을 알게 된 이후 심각한 인권문제로 파악하고 이들을 도운 것”이라며 박 전 대표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향은 정 감독이 예술감독은 물론 지휘에서도 완전히 물러나기로 함에 따라 9차례의 정기공연 중 당장 1월 9일, 16일, 17일로 예정된 3차례 공연의 지휘자를 찾느라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9일 브루크너 교향곡 9번과 16∼17일 말러 교향곡 6번의 경우 쉽지 않은 곡인 데다 시간이 너무 촉박해 지휘자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클래식계에서는 정 감독이 떠난 후 서울시향의 연주력 저하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정 감독 수준의 지휘자들 가운데 처우가 파격적이지 않고 클래식 음악의 저변이 넓지도 않은 한국에서 서울시향 예술감독을 맡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높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정 감독을 중심으로 구축된 서울시향의 팀워크가 흔들리고 있고 그의 음악성과 명성, 네트워크 등에 힘입어 서울시향에 합류한 핵심 연주자들이 이탈할 가능성도 높다. 특히 한국 연주자들이 취약한 관악과 타악 파트를 맡고 있는 외국인 단원들이 머지않아 사퇴할 것으로 예상된다.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