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정부 위안부 합의안 관련 발언 신중하지 못하다

입력 2015-12-30 17:37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법과 관련한 후폭풍이 거세다. 위안부 피해자들이 합의 내용에 강력히 불만을 표시하는 데다 더불어민주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과와 윤병세 외교장관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거기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이 합의사항을 왜곡하는 발언과 보도를 일삼는 바람에 우리 정부가 곤경에 처했다. 사실 이 정도 후폭풍은 예상된 일이지만 이런 분위기를 조기에 진정시키지 못하면 합의정신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 정부의 비상한 노력이 요구된다.

이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후 조치다.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합의가 이뤄진 지난 28일 공동기자회견에서 일본 정부의 ‘책임 통감’과 아베 신조 총리의 ‘사죄와 반성의 마음 표현’을 공표했다. 하지만 이후 위정자들의 언행을 보면 진심어린 사과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언론들은 정부 소식통의 발언을 인용해 연일 한국 정부를 압박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소녀상 이전이 10억엔 출연의 전제 조건’ ‘위안부 문제 유네스코 등재 신청 보류’가 대표적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로 인식하고 있으며 “완전 날조된 보도”라고 반박했다.

일본의 언론플레이는 외교장관 담판을 앞둔 지난 주중에도 여러 차례 있었던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위안부 합의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일본이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아베 총리가 서울로 달려와 위안부 시설을 방문해 머리를 조아리는 게 순리다. 담판을 위해 방한한 기시다 외무상이라도 이런 모습을 보였어야 했다. 일본은 향후 각료나 정치인들이 책임 통감과 사죄에 반하는 언행을 할 경우 양국 합의는 사실상 무효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일본 정부의 교묘한 언론플레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 우리 외교부도 일본에 오해 살 만한 언행을 하지 않도록 분명하게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 정부의 어설픈 대응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외교장관 담판 전 일본의 ‘선제공격’에 밀려 협상을 서두르다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사전 설명을 하지 못한 것은 실책이다. 합의 다음 날 양해를 구하고자 피해자들을 방문하는 주체를 담판 당사자인 외교장관이 아닌 차관들로 선정한 것도 잘못이다. 정부가 피해자들에게 진정성 있는 자세로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을 조기에 설득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피해자 방문을 신중검토 중이라지만 타이밍을 놓치면 효과가 반감된다. 더민주당이 이번 합의를 비판하는 것은 이해하지만 ‘제2차 한·일 굴욕외교’라고까지 폄하하는 것은 집권 경험이 있는 제1야당으로서 무책임한 태도임을 지적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