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말이 옛말이 된 지 오래다. 교사가 학생에게 희롱당하고 학부모가 학교를 찾아와 교사의 멱살을 잡는 일이 빈번하다. 이렇게 교권이 추락하다 보니 교사는 교실에서 학생 지도를 포기하기 일쑤다. 교사는 학생이 무섭고 학부모가 겁난다고 한다. 오죽하면 교사들이 학생지도가 ‘고통스럽다’고까지 표현했을까. 이것이 우리 학교 현장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권 붕괴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또 발생했다. 30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중순 A고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남학생 3명이 교단에 있는 39세 기간제 남자교사의 어깨 부위를 빗자루로 수차례 내리치고 찔렀다. 손으로 머리를 밀치는가 하면 바닥에 침을 뱉으며 교사를 향해 고함을 지르고 욕설까지 했다. 한 학생은 “특종이다. 특종”이라며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교사가 “그만하라”고 했지만, 학생들의 능욕은 계속됐다. 출결 상황의 출석부 기록에 학생들이 시비를 걸면서 시작된 행패라니 어이없다. 교권이 이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니 참담하기 그지없다.
학생들이 스승의 권위를 짓밟는 사례는 올해만 해도 비일비재하다. 5월 경북 구미에서는 고등학생이 소란에 대한 훈계에 반발해 교사를 발로 걷어찬 일도 있었고, 10월 대전에서는 여교사의 치마 속을 휴대전화로 찍은 뒤 SNS에 올린 중학생들이 징계를 받기도 했다. 올해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0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교권 침해 사건이 2만4000여건에 달했다. 이러다 보니 우리나라 교사들의 직업만족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다.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라는 비율이 OECD 평균인 9.5%보다 2배 넘는 20.1%로 나타났다. 희망 직종 세계 2위가 무색할 정도다.
피해 교사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하지만 교권을 회복한다는 차원에서 이번 사건은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학교 측은 가해 학생들을 학칙에 따라 엄하게 징계해야 하며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해당 학생들을 소환해 법적인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교육 당국은 교권을 강화할 수 있는 종합대책을 하루빨리 내놓아야 한다. 교권이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지는 법이다.
[사설] 매 맞는 교사, 추락하는 교단, 흔들리는 교육·미래
입력 2015-12-30 17: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