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임항] 복고풍 드라마

입력 2015-12-30 18:16

tvN 주말드라마 ‘응답하라 1988(응팔)’의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대가족이 주말에 모여도 이 드라마를 몰아 보느라 대화가 끊길 정도라고 한다. 나는 띄엄띄엄 보지만 하나하나의 에피소드가 그 자체로 재미있다. 지난 25일 방송된 15회가 시청률 16.3%, 최고시청률 18.3%를 넘어섰다. 이는 3년 전인 2012년 방영된 ‘응답하라 1997’의 최고 시청률 9.4%를 상회한다. 2013년의 ‘응답하라 1994’도 중반 이후부터 꾸준하게 두 자릿수 시청률을 유지했다. 복고풍 드라마의 전성시대는 현재 진행형이다.

배경 음악도 인기몰이 중이다. 서울 도봉구 쌍문동 골목과 잘 어울리는 동물원의 ‘혜화동’, 들국화의 전설적 명곡들, 이문세와 변진섭의 애처롭고 달콤한 노래들, 산울림의 청춘 등의 리메이크 곡들이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상위권을 휩쓸고 있다. 내가 승용차로 출퇴근하며 카세트테이프로 듣던 노래들을 이제는 내 딸과 내가 동시에 스마트폰으로 듣는다. 복고풍 마케팅 열기도 뜨겁다. 이 드라마에 간접광고를 하고 있는 롯데제과의 가나초콜릿, ‘응팔 스페셜 에디션 종합선물세트’, 절판된 크라운맥주 한정판 등이 불티나게 팔린다.

‘응팔’의 인기는 거의 모든 세대를 아우른다. 예컨대 과외공부를 거의 할 수 없었던 당시의 학교생활, 88올림픽의 환희 등이 그것을 체험하지 못한 젊은 세대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무엇보다 그 당시 사회의 민주화 바람과 더불어 형성된 사회적 신뢰감과 ‘노력하면 잘살 수 있다’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사람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건 아닐까. 일부 시청자는 반독재 시위와 닭장차를 보며 ‘그때는 그랬지’가 아니라 ‘그때도 그랬지’라는 역사의 반복을 느끼기도 할 것이다. 복고풍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은 TV에서 ‘먹방’ 프로들이 넘쳐나는 현상과 더불어 장기불황 조짐이나 징후들이라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올해, 우리 사회는 좋아진 것 하나 없이 또 저물어간다.

임항 논설위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