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양국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합의한 지 하루 만에 서로 ‘딴소리’를 하고 있다. 연말 ‘초스피드’ 협상 탓에 모호한 합의안이 나오면서 배경과 진의, 성격 등을 두고 해석을 달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위안부 문제의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에 대한 한·일 간 인식차가 드러나고 있다.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란 표현에 대해서도 요미우리신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이를 강하게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24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에게 방한 협상을 지시하며 “이 표현이 안 들어가면 협상을 중단하고 돌아오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협상장에선 일본이 ‘최종적’ 표현을 요구했고, 이에 우리 정부가 ‘불가역적’ 표현을 역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일본 극우 인사들의 망언 등을 우려해 이를 집어넣었다는 설명이다.
이런 정부의 의도와는 달리 이 표현은 일본 정부 입장이 관철됐다는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전제조건인 ‘합의안의 성실한 이행’을 놓고는 일본 쪽에서 “한국이 설립한 재단에 아베 신조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일본 극우 인사들이 ‘과거사 도발’을 또 해도 우리 정부가 항의할 수 없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리 정부는 29일 “합의안을 이행하는 것은 재단 설립뿐 아니라 ‘사죄와 반성, 책임통감’도 해당되는 것”이라며 “이에 반하는 행위를 하면 합의 위반이 된다”고 분명하게 밝혔다.
아베 총리는 소녀상 철거 문제에 대해서도 한·일 협상 담당자가 “한국이 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자, “한국이 그렇게 말해도 (나중에) ‘민간이 했다’고 말하는 것을 허용해선 안 된다”고 지시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반면 우리 정부는 주한 일본대사관의 신변 안전 우려 등에 대한 이해의 표현일 뿐 소녀상의 이전·철거에 대해 정부가 간섭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협상 내용에 대한 공방도 확대되고 있다. 일본 지지통신은 “한국이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하는 계획을 보류키로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우리 측은 실제 일본이 협상 과정에서 이런 요구를 한 것은 사실이지만, 민간의 일에 개입할 수 없으며 위안부 협상과 상관없는 내용이라 거절했다고 반박했다.
강준구 이종선 기자 eyes@kmib.co.kr
[관련기사 보기]
[‘위안부 합의’ 이후] 日“아베, 최종적·불가역적 문구 고집”-韓“향후 망언 등 대비 우리가 역제안”
입력 2015-12-29 2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