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野 수도권 의원들 “불안하지만 나가면 더 위험”… 거취 결정 신중

입력 2015-12-30 04:07
이종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9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석현 국회부의장, 이 원내대표, 이목희 정책위의장. 구성찬 기자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대표직 사퇴 불가를 선언해 김한길, 박지원 의원 등 비주류 ‘계파 수장’들의 후속 탈당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수도권 지역 의원들은 선뜻 탈당을 예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나갈 경우 필패’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관망세 분위기가 팽배하면서 탈당과 신당 합류를 입질하던 의원들의 고심이 더 깊어지는 모습이다.

수도권 지역 비주류 의원들의 망설임은 특수한 상황 탓이 크다. 내년 총선에서 야당끼리 싸움을 벌여도 충분히 승산이 있는 호남지역과는 달리 수도권은 일여다야(一與多野) 상황에서 누구도 당선을 장담하기 힘들다. 한 수도권 지역 의원의 보좌관은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지역에서 여론조사를 돌려보면 새누리당, 더민주당,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3대 2대 1.5로 나온다”며 “그나마 우리 지역이 야권 강세 지역이라 그렇지 다른 데는 더 심할 수 있다. 선거연대가 보장되지 않으면 필패”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수도권 의원들은 ‘탈당하면 더 어려워진다’는 입장이다. 수도권 지역 한 초선 의원은 “남아 있으면 야권 단일후보로도 나설 수 있지만 탈당하면 더민주당 후보가 무조건 공천될 것”이라며 “지금은 나갈 명분도 없어 나가기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수도권 지역의 한 재선 의원도 “김한길 의원을 제외하고 수도권 지역에서 탈당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는 의원은 없다”고 했다. 현재 탈당한 수도권 비주류 의원은 무소속 문병호 의원과 최재천 의원뿐이다. 주류 진영의 우상호 의원은 평화방송라디오 인터뷰에서 “처음에는 탈당 의원이 20∼30명까지 가지 않겠느냐고 예측했는데 지금은 3∼4명 수준 이하로 줄었다”고 했다. 탈당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진 수도권 비주류 최원식 의원도 최근 관망세로 돌아섰다. 다른 수도권 의원인 정성호 노웅래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야권 재편 규모를 결정할 수도권 의원들의 향방은 결국 ‘안철수 신당’의 ‘파괴력’에 달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수도권에서 안철수 신당의 지지도가 더민주당의 지지도를 압도하는 경우 김 의원과 수도권 계파 의원들이 함께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 경우에도 공천권과 선거 연대의 문제는 남아 있다. 안철수 신당으로부터 공천권이 보장돼야 하며 선거 연대의 가능성도 열려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안 의원은 누차 “더민주당과의 선거연대는 없다”고 말해 왔다.

반면 호남 지역은 여전히 탈당 기류가 강하다. 문 대표는 호남 지역 출신 인사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임명하기로 하는 등 호남 민심 잡기에 나설 예정이다.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나 이용훈 전 대법원장 등의 이름이 거론된다. 박지원 주승용 장병완 박혜자 의원 등이 거취를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한 지역 보좌진은 “광주 민심은 더민주당으로부터 돌아선 상황”이라고 전했다. 수도권 지역 호남 향우회도 더민주당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어 악화된 호남 민심이 수도권 판세에 영향을 줄지도 변수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