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개혁’ 이번엔 당근정책] 3년간 6000억 지원… 취업 중심 정원조정 유도

입력 2015-12-29 21:54

저출산에 따른 급격한 학령인구 감소, 대학 졸업자는 쏟아지는데 산업 현장에선 인력난을 호소하는 ‘인력 미스매치’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강력한 대학 개혁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29일 취업이 잘되는 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내용의 ’산업연계 교육 활성화 선도대학(프라임) 사업’ 기본계획을 확정, 발표했다. 성인 학습자에게 대학 문턱을 낮춰주는 ‘평생교육 단과대 지원 사업’과 지난 22일 내놓은 ‘대학 인문역량 강화(코어) 사업’까지 대학사회 변화를 촉진하는 3대 사업의 틀이 갖춰졌다.

등록금 동결로 ‘돈줄’이 마른 대학들은 정부 지원금을 따내기 위해 경쟁적으로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대학사회는 물론 입시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대학 정원 대이동’ 시작되나=프라임·코어 사업의 핵심은 취업 잘되는 전공·학과의 정원을 늘리는 것이다. 대신 ‘고학력 백수’를 양산하는 학과의 정원은 줄인다. 이공계 위주인 프라임 사업은 내년 예산만 2012억원으로 3년 동안 6000억원이 지원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 ‘창조기반 선도대학’의 두 유형으로 추진된다. 사회수요 선도대학은 학과·정원을 전면 개편하고 학사 제도를 학생 중심으로 개선한 대학 중에 선정한다. 9곳 안팎을 뽑아 대학별로 평균 150억원, 최대 300억원을 준다. 창조기반 선도대학은 신기술, 융합 전공 등 미래 유망사업에 맞춰 구조조정한 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10개 학교를 뽑아 50억원씩 지원한다.

사업비의 10% 이상은 프라임 사업으로 위축되는 인문계열 등에 쓰도록 했다. 나머지는 기자재 구입, 교수·행정직원 인건비, 교육과정 개발 용도로 쓰인다. 건물 신증축도 가능하다. 다만 교육부는 불필요하게 건물 신증축에 사업비를 쓰지 못하도록 지도·감독할 방침이다.

인문계 위주인 코어 사업도 내년 600억원, 3년간 모두 1800억원이 투입된다. 20∼25개 학교에 5억∼40억원을 제공한다. 난립한 인문계 학과를 통폐합하고 취업이 잘되는 학과 위주로 개편해야 지원 대상에 뽑힐 수 있다.

평생교육 단과대 사업은 성인 학습자의 평생교육 수요를 끌어와 부족한 학생 수를 채우자는 것이다. 전국을 5개 권역으로 구분해 수도권에서 3∼4개 학교, 그 외 권역별로 1∼2개 학교를 뽑는다. 학교당 평균 35억원이 돌아간다.

◇‘갈등 관리’조차 점수화…손 안 대고 코 풀려는 교육부=정부는 ‘2014∼2024 대학 전공별 인력수급 전망’을 구조조정의 명분으로 내세운다. 이 전망에 따르면 2024년까지 인문계열은 10만1000명, 사회계열은 21만7000명이 초과 공급되는 반면 공학계열은 21만5000명이 부족하다.

어떻게든 교육부가 내건 조건을 충족시켜 사업을 따내려는 대학 당국과 정원 감축을 막으려는 교수·학생 등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는 ‘갈등 관리’를 대학에 떠넘겼다. 프라임 사업의 선정 평가지표에서 ‘정원 감소 분야에 대한 대책’ ‘대학 구성원 간 합의 및 참여·유도 방안’에 6점을 부여했다. 100점 만점에 6점이라 겉보기엔 작지만 1∼2점 차로 선정되느냐 탈락하느냐가 갈리는 대학 재정지원 사업의 특성을 감안하면 무시할 수 없는 점수다.

전문가들은 “대학 당국이 학내 구성원과 협상에 나서도록 유도하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가장 힘든 작업을 대학에 떠넘겼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