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재계 순위 3위의 재벌 회장이 29일 내밀한 고백을 했다. 아내와는 오랜 세월 별거 중이며, 다른 여인과의 사이에 6세 된 딸이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이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고 했다. 고백의 방식은 한 일간지에 보낸 편지로 매우 이례적이다. ‘이별의 예의’도 갖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 회장, 왜 공개했나=최태원(55) SK그룹 회장이 29일 한 일간지를 통해 공개한 A4용지 3장 분량의 편지에서 노소영(54)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의 이혼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그는 “이혼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이어가던 중 우연히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을 만났다”며 “수년 전 여름에 그 사람과의 사이에 아이가 태어났다”고 고백했다. 편지 공개 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최근 이 일로 상당한 심적 고통을 받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혼외정사와 혼외자녀가 폭로될 경우 재벌 총수로서의 인격과 도덕성에 큰 상처를 받기 때문이다. 그룹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도덕적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선제적 대응으로 세간의 차가운 시선을 누그러뜨려 보자고 시도했다는 분석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고민을 얘기하던 중 정리하는 방법의 하나로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양심고백 후 비난받을 건 받고, 이후 기업 경영에만 전념하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경어체로 된 최 회장의 편지는 부드럽지만 확실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가 밝힌 ‘마음의 위로가 되는 한 사람’에게는 엄청난 배려다. 아이를 낳고도 세상에 떳떳이 아빠를 밝히지 못한 한 여인은 한시름 놓았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내연녀 김모씨가 올해가 가기 전에 자신과 아이의 존재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라고 압박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반면 1988년부터 28년째 결혼생활을 해온 노 관장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 관장은 혼외자녀의 존재를 오래전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알려지지 않길 원했다. 최 회장이 신중하지 못했다는 비난여론도 적지 않다.
◇노 관장과 이혼하나=앞으로가 관심거리다. 내연녀와 딸의 존재가 알려진 만큼 최 회장이 조만간 이혼 소장을 정식 제출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통상 이혼 절차는 3가지다. 협의 이혼, 조정 신청, 이혼 소송이다. 협의 이혼은 두 사람이 이혼과 재산분할 등에 합의하고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면 된다. 조정 신청은 이혼에는 합의했지만 재산분할과 양육권 문제에 의견 차이가 있을 때 밟는 절차다. 최종 합의가 안 되면 소송으로 넘어간다. 현재 이혼 귀책사유는 최 회장에게 있기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최 회장이 내는 이혼 청구는 아예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관장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혼하지 않겠다”는 심경을 밝혔다. 노 관장은 “모든 것이 내가 부족해서 비롯됐다”며 “가장 큰 피해자는 내 남편”이었다며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렸다. 재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혼외 자식을 직접 키울 생각까지 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배구조 변화하나=SK그룹은 사돈인 노태우 전 대통령의 지원을 무시할 수 없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듬해인 94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을 인수해 계열사로 편입하기도 했다. 그룹이 재계 3위로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노 관장이 재산분할을 할 때 그룹 성장 과정에서의 기여도를 주장하며 SK텔레콤의 지분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따라서 최 회장의 이혼은 SK 지배구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의 이혼이 재벌가 최대 규모의 재산분할로 이어질 개연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엔 무분별한 신상털기=미국 시민권자인 김씨는 40대 이혼녀로 2009년 최 회장의 딸을 출산했다. 최 회장 재판 때도 찾아왔고, 수감기간 중에도 딸과 수시로 면회를 갔다고 한다. 그룹 관계자는 “그룹에서 노소영 관장은 ‘노 관장님’으로, 김씨는 ‘한남동 사모님’으로 불렀다”고 귀띔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김씨에 대한 무분별한 신상털기가 이뤄지고 있다. 극우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는 김씨로 추정되는 인물의 이혼서류와 부동산 등기부등본이 담긴 게시물이 버젓이 올라오고 그의 과거 사진이 게재되기도 했다. 이름·사진·학력·주거지 등 내연녀의 신상이 담긴 ‘찌라시’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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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29 20: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