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합의’ 이후] 韓·日 협력 ‘속도’는 내고 ‘과속’은 경계

입력 2015-12-29 21:41
한·일 양국 간 가장 큰 쟁점이었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타결로 박근혜 대통령의 대일(對日) 기조도 변화가 예상된다. 취임 이후 3년간 이어진 경색 국면에서 벗어나 박 대통령이 현 정부 출범 당시 목표였던 ‘안정적인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한 대외 행보에 나선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우선 일본과의 정치·안보 협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까지 박 대통령은 과거사 문제와 양국 간 협력은 별개라는 입장을 견지해오면서도 위안부 문제 때문에 양국 정부 간 협력에 적극적 시동을 걸 수 없었다. 따라서 앞으로는 양국 간 미래지향적 발전을 위해 다층적인 교류에 나서도록 정부는 물론 민간 차원의 협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북한 위협에 대한 안보 공동 대응은 물론 공공외교, 인적 교류 등 다층적 네트워크 구축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이 28일 위안부 협상 타결 직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통화하면서 “(양국이) 신뢰를 쌓아가며 새로운 관계를 열어가도록 긴밀히 협의하자”고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그러나 일본 내에서 제기되는 박 대통령의 조기 방일(訪日) 문제에 대해서는 청와대가 신중한 기류를 보인다. 양국 관계가 위안부 문제 해결로 수년간 최악의 상황을 거듭했던 상황에서 일거에 전폭적 공조로까지 나가는 걸 논하는 게 시기상조라는 의미다. 특히 한·일 정상이 서로 상대국을 단독방문하며 회담을 갖는 ‘셔틀외교’의 복원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게 정부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29일 “한·일 관계는 이제 다시 출발하는 단계로, 이번 합의는 그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본이 내년 5월 개최를 희망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또는 다자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층 유연해진 정상회담이나 회동은 가능할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NHK 등 일본 언론은 벌써부터 내년 3월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 기간 한·일 정상회담 가능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관건은 어디까지나 일본의 합의 이행이다. 한·일 관계가 완전한 정상화 단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일본 정부의 진정어린 행동이 필수적이라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아베 총리,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과 잇따라 통화 및 접견을 하면서 강조한 것도 ‘합의사항의 신속하고 성실한 이행’이었다. 양국이 25년간 이어졌던 위안부 문제 해결에는 합의했지만 이를 놓고 자국 내 여론이 복잡하게 돌아가면서 또 다른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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