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사위에게 매생이국 준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다. 아무리 밉살맞은 사위일지언정 입천장을 데고야 말게 하는 뜨거운 매생이국을 내주는 장모가 있을까 싶다 만은 어느 모로 보아도 과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다. 매생이는 가늘고 조직이 촘촘하며 점도가 높기 때문에 뜨겁게 끓여 놓아도 모락모락 김이 위로 올라오지 않는다. 그러니 뜨거우니 조심하라는 친절한 설명을 곁들이지 않는다면 누구나 영락없이 입천장이 벗겨지기 십상이다. 그러나 매생이가 가지고 있는 영양소가 우리 몸에 얼마나 이로운가를 알고 나면 장모의 깊은 뜻을 다시 한번 헤아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매생이는 겨울철 오염되지 않은 청정 해역에서만 자라는데, 겉모양이 파래와 비슷한 녹조류다. 매생이라는 이름은 ‘생생한 이끼를 바로 뜯는다’라는 순수 우리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매생이의 학명은 Capsosiphon fulvescens인데 의학 논문집을 조사해보면 어렵지 않게 매생이의 의학적 효능을 살펴볼 수 있다. 첫째, Cancer Cell International라는 학술지 2015년 판에 발표된 내용에 의하면 매생이는 항산화 및 항염증 효과는 물론 강력한 항암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우리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몸 안에서 발생되는 유해산소를 중화시켜주는 효소의 생산과 활성이 감소하게 된다. 이로 인해 유해 산소의 양이 증가되어 우리 몸은 세포가 노화하거나 손상되고 암 세포로 변환되기 쉬운 상태로 변하게 된다.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노화와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는 과학적 근거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둘째, 2014년 유럽 영양학회지와 2015년 Marine Drugs에 잇달아 매생이 추출물이 당뇨 및 그 합병증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보고가 발표됐다. 특히 중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하는 제 2형 당뇨병의 경우,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으면 포도당이 혈액 내의 단백질과 결합하여 ‘최종당산화물(advanced glycation end product, AGE)’이라는 화합물이 합성된다. 그런데 이 AGE라는 물질이 노화와 당뇨병 합병증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매생이의 생활성 성분이 AGE의 생성을 억제하여 당뇨 합병증을 막아주는 것이다.
셋째, 매생이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물성은 혈액의 항응고 작용인데 예로부터 ‘피를 맑게 해준다’는 속설이 사실이었음을 말해준다. 혈전생성을 억제하여 뇌졸중 위험을 낮추어 주는 효과가 있다. 넷째, 일반적으로 해조류들은 식이섬유를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며 포화지방의 함량이 낮고 오메가-3, EPA, DHA, 리놀렌산(linoleic acid) 과 같은 불포화 지방산 함량은 매우 높다. 매생이도 예외는 아니어서 혈중의 지방 농도를 낮춰주는 저지방 식품인 동시에 열량은 낮으면서 포만감을 주는 건강한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제격이다. 겨울철 운동량이 부족하여 비만과의 전쟁을 치르려는 사람에게 좋은 무기가 되어준다.
다섯째, 매생이는 엽록소 이외 다양한 비타민을 풍성하게 가지고 있는 비타민의 보고라 할 수 있는데 특히, 비타민 A, B1, B12, C, D, E, 리보플라빈, 니아신, 엽산 등이 골고루 들어있어 생체 기능 활성에 도움을 준다. 빈혈을 예방하고, 피부 탄력을 유지하며 스트레스와 우울증 해소에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마지막으로, 매생이에는 요오드, 칼슘, 인, 나트륨, 칼륨 등 무기염류(미네랄) 의 함량이 풍부하여 골다공증을 예방해주고 면역력을 강화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웬만한 감기 기운 정도야 매생이국 한 사발이면 쉽게 물리칠 수 있다. 이쯤 되면 미운 사위에게 준다는 매생이국이 어쩌면 장모의 사랑이 가득 담긴 건강식일지 모른다. “다시 장가든다면 목포와 해남 사이쯤, 매생이국 끓일 줄 아는 어머니를 둔, 매생이처럼 달고 향기로운 여자와 살고 싶다”로 시작되는 시인 정일근의 ‘매생이’라는 시가 생각나는 겨울이다.
한설희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한설희 칼럼] 매생이국 내어준 장모의 특별한 사랑
입력 2016-01-03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