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카드사… 카드도 인력도 구조조정

입력 2015-12-29 19:14 수정 2015-12-29 21:44

신용카드사들이 비용 절감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고객 혜택을 줄이고 있다. 내년 1월 말부터 시행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를 앞두고 업계 전체에 위기감이 확산되면서 비용 부담이 큰 카드 위주로 신규 발급을 중단하는 분위기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최근 더 베스트 스카이패스 카드, 더 레이디 베스트 카드 등 10개 상품 신규 발급을 내년부터 중단한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비용이 많이 들거나 제휴사와 계약이 만료된 카드는 신규 발급을 중단키로 했다”며 “기존 고객들은 유효기간까지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카드는 백화점식 혜택으로 비용을 늘리기보다는 소비자들의 기호나 생활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혜택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빅데이터에 기반해 그룹별 소비 트렌드를 분석하는 ‘코드9’을 강화하는 것도 이런 변화의 일환이다.

KB국민카드도 포인트리 시리즈 등 27개 상품 라인업 재조정에 착수했고, 롯데카드도 포인트 적립 혜택이 많았던 7유닛카드와 골든웨이브 카드 등의 신규 발급을 중단했다.

카드사들이 ‘상품 구조조정’을 시작하면서 마일리지 적립, 항공·호텔료 할인 등 소비자들이 누렸던 혜택도 줄어들 전망이다. 신상품 출시 계획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에 신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지금도 3∼4장의 카드를 갖고 있는 상황에서 더 나은 카드를 시장에 내놓으려면 상품개발비용뿐 아니라 마케팅 비용도 추가되기 때문에 카드사들이 부담을 느낄 것”이라고 말했다.

카드사들은 새해에는 불확실성이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1월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과 일반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지금보다 0.3∼0.7% 포인트 낮춰야 한다. 카드사 입장에선 6700억원의 수입이 줄어든다. 소액결제가 늘면서 카드결제를 중개하는 밴(van)사에 지급해야 하는 결제 건당 수수료는 상대적으로 늘어 카드사와 밴사 간 갈등을 키우고 있다. 체크카드가 높은 소득공제율을 앞세워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점도 삼성·현대 등 대기업 계열 카드사의 실적 악화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카드사들은 인력도 줄이고 있다. 신한카드는 7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키로 노사가 합의했고, 삼성카드도 휴직이나 전직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만 40세 이상, 5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을 실시키로 했다. 카드사들이 줄줄이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 업계 전반으로 위기감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스신용평가 현승희 책임연구원은 “간편결제시스템, 인터넷전문은행 등 핀테크(금융+기술)가 확대되면서 카드사들의 사업 기반이 변화할 가능성이 크고, 당국의 규제로 성장도 둔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