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이 ‘12·28 합의’를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분쟁 종식을 선언했지만 내부적으론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다. 급작스러운 합의를 계기로 일본에 당했던 처절한 과거사에 대한 국민들의 반일 감정이 다시 끓어오르고 있어서다. 정부가 이번 합의의 부족한 부분을 철저히 보완하고 한·일 관계에 대한 새로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면 거센 역풍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합의를 두고 벌어지는 논란은 크게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무성의, 일본의 법적 책임에 대한 모호함 등 두 가지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제의로 협상이 진행되다 보니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단체와 충분한 사전 교감을 갖지 못했다. 여기에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이전 문제까지 교섭 막판 합의 내용에 포함되면서 피해자들의 소외감도 극대화됐다.
따라서 정부가 무엇보다 피해 당사자들과 위안부 관련 단체를 설득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9일 외교부 1, 2차관이 피해자를 찾아 이해를 구하고 사과했지만 이에 그치지 말고 정부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원장은 “이번 합의에서 내부적으로 가장 미흡한 부분은 국내 여론을 충분히 설득하는 노력을 하지 못한 것”이라며 “정부가 설득에 실패할 경우 한·일 관계는 물론 국내외에서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1998년 신(新)한일어업협정처럼 재협상 요구가 비등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소녀상 이전 협의 문제도 훨씬 세밀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합의안에는 “정부가 가능한 대응 방안을 관련 단체와 협의한다”고 돼 있다. 정부 내부적으로는 이 문항이 형식적인 틀일 뿐 실제로 정부가 나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합의안에 포함된 것만으로도 반대 목소리가 높아 정부가 이전·철거 여부에 대한 더욱 명시적인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사과 또한 구체화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과거 아시아여성기금 당시 일본 총리가 피해자들에게 사죄 편지를 보낸 전례가 있어 아베 총리 역시 당연히 그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합의문에서 빠진 만큼 정부가 일본의 자발적인 조치를 기대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본 정부의 법적 책임 부분도 여전히 갈등의 불씨다. 위안부 피해자들의 개별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일은 벌써부터 10억엔의 출연금을 두고 말이 달라지고 있다. 우리 정부는 사죄의 징표 성격으로 ‘배상금’이란 입장이고, 일본 정부는 피해자 치유·지원을 위한 ‘사업’으로만 표현하고 있다. 정부의 스탠스에 따라 향후 소송 과정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어 신중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하다.
피해자 지원 재단의 구체적인 목표와 사업 방향도 효율적이면서도 신속하게 결정해야 한다. 진 소장은 “피해자 지원 재단은 양국 합의에서 가장 구체적인 사항”이라며 “정부는 피해자들이 동의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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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12-30 04:00